‘2023 일반대 프레지던트 서밋’이 막을 내렸다.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음을 실감한 시간이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그리고 대학 모두 정해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기에 불안과 우려가 컸다. 그 중에서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대학의 고충은 심각했다.

연사들은 하나같이 지역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벽 허물기’를 강조하면서 브레인 집단인 대학이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교육부가 제시해줄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했다. 이정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도 “지역에서 필요한 인재를 지역대학이 길러내 지역 기업에 취직시키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 스스로 해법을 내고 목소리를 높이라”는 주문을 했다.

대학 입장이 어렵게 됐다. 여기저기에서 더 큰 역할을 요구하지만 갑작스럽게 변화된 정책 환경에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묘수를 찾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 지원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낮은 지자체를 상전(上典)으로 모시게 된 일부 지역대학들은 좌절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대학의 주도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가 크다. 거버넌스는 ‘통치(統治)’와는 다른 개념으로 ‘협치(協治)’로 불린다. 정부 주도 국정 운영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대안이 되는 새로운 협업 체계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된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구축은 지역 수준에서 새로운 거버넌스를 형성해가는 일이다. 지자체, 대학, 지역 산업체가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RISE 거버넌스는 없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방정부로의 교육부 권한 일부 이양 발표가 나온 순간에 지자체는 새로운 거버넌스에서 대학의 파트너가 아닌 상전이 된 느낌이다. 지역대학 총장들은 직감적으로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

서밋에 참여한 총장 사이에서도 지자체 주도의 거버넌스 하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으며, 예산 배정도 지자체가 아니라 지역 할당 개념으로 대학에 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학 관리 전권을 넘겨받은 것처럼 대학을 대한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지자체 주도 거버넌스가 일반화됐다.

금번 서밋은 ‘수평적 거버넌스’와 ‘일관성 있는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RISE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평적 거버넌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수평적 거버넌스’ 하에서 대학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지역 혁신에 필요한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지자체가 앞서고 대학이 추수적으로 따라가는 현행 거버넌스로는 정책의 효율적 추진은 가능하지만 RISE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일관성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다. 정책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학의 선택은 표류 상태다. 교육정책이 예측 가능해야 학교가 여기에 맞춰 개혁, 변혁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의 상황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지금 수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서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지만 확답은 나오지 않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교육부는 RISE에 있어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점을 공언하고 있다. 참여주체 간의 협의를 통해 정답을 찾아가란 소리다. 이것은 “설계도를 그리는데 기획자는 뒷짐 지고 너희들끼리 잘 해보라”는 방관자나 진배없다. 이제라도 교육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라이즈는 현재 진행형이다. RISE 시범지역 계획서가 마련되고, 글로컬대학30 선정도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RISE 관련 불만사항들을 표출할 마땅한 공론의 장은 없다. 가이드라인도 없고 책임질 주체도 없는 상황에 마땅히 소리칠 공간도 없는 것이다.

본지는 금번 서밋에서 확인된 대학 현장의 고충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RISE 신문고’를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이 신문고는 RISE와 관련된 모든 불편사항과 민원사항을 수렴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자 한다. 본지는 여기에서 수렴된 내용들을 분석 정리 기사화하고 여론화해 RISE 하에서 대학이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