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정책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기획팀장

맡은 일을 수행할 때 두 가지 업무 스타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일을 자신의 공간 안으로 가둬 혼자서 해결하는 폐쇄형 업무 스타일이다. 다른 하나는 일을 광장에 가지고 나가서 타자와 협업하면서 해결하는 개방형 업무 스타일이다. 이처럼 상반된 업무 스타일은 그 일의 결과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역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일을 담당하는 각자의 업무 능력 또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일하는 스타일을 X축(좌측에 폐쇄형, 우측에 개방형)에 두고, 업무 능력을 Y축(위쪽에 우수, 아래쪽에 부족)에 두면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업무 능력이 우수하면서 업무 스타일이 개방형(1유형)이거나 폐쇄형(2유형)인 경우, 업무 능력이 부족하면서 업무 스타일이 폐쇄형(3유형)이거나 개방형(4유형)인 경우다.

어느 경우든 업무 능력이 우수한 경우가 좋다. 하지만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현재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우수한 업무 능력을 발휘하는 Y축의 위쪽에만 있는 경우는 불가능하다. 조직에서 Y축 아래에 위치하는 일이 반드시 존재하게 되는데, 이때 일이 3유형의 폐쇄형보다는 4유형의 개방형 영역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업무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공유 협력을 통해 해결할 지혜를 가지고 있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이 3유형 영역에 놓여있게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조직은 일이 3유형 영역에 놓이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업무 능력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업무 스타일을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조직 차원에서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럼 업무 능력이 있는 구성원이 개방형으로 일을 하는 1유형과 폐쇄형으로 일을 하는 2유형 중 어느 방식이 더 좋은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일을 완수하는 2유형의 업무 스타일이 더 능력이 있고 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에서 혼자 해결이 가능한 일이란 사실 아주 드물고, 그러한 일은 대부분 단순한 것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폐쇄형으로 해결된 일은 상호관계성이 떨어져 조직에 긍정적 영향력을 전파하지 못한다. 또 폐쇄형 일은 어느 부서에서 누가 전담해야 할지 그 일을 정확히 맡겨 줘야만 한다. 일을 가둬둘 공간을 찾는 것이다. 이때 불필요한 행정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고, 구성원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을 서로 맡지 않으려는 누군가에게 그 일을 배정해야 하고, 또 그 일을 맡은 누군가는 혼자서 일을 해야 한다. 혼자 각자의 일에 집중하고 옆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서로 잘 모른다. 안타깝지만 조직에서 이처럼 혼자 일을 감당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고독한 직장인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협업할 줄 모르는 개인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조직으로는 탑을 쌓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사상누각이 된다.

비록 하나의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조직의 모든 다른 것과 상호 연결돼 있다. 하나의 목적에 연결된 수많은 일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이란 본질적으로 개방형 업무 스타일로 협업 대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방형 유형의 사람은 조직을 점의 집합체가 아니라 점과 점이 연결된 선, 즉 관계 중심으로 인식한다. 일이 흘러가는 선을 파악해 그 선을 강화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다. 수직적으로 연결된 선을 따라서는 조직의 목적에 맞춰 일의 방향을 정하게 되고, 수평적으로 연결된 선을 따라서는 일의 전후좌우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조직 전체 차원에서 이해하고 그 일이 해결될 길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협업을 통해 상호 연결된 구조로 일을 해결해 가는 경험이 축적되면, 일의 신경망은 강화되고 건강한 조직 생명체가 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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