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 성공, 대학-지자체 ‘협업형 거버넌스 구축’이 관건…지역발전 전체 관점으로 접근
중앙RISE센터, 지역RISE센터의 추진체계 연계성 확보 등 세부적 설계 고려 필요
라이즈 사업, 대학재정지원사업 아닌 하나의 체계로 인식해야…지역RISE센터 독립법인화 주문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1일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1일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지난해 11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시작으로 글로컬대학30, 스터디 코리아 300K, 첨단분야 인재 양성 등 고등교육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이에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톺아보기’를 통해 올해 추진하는 고등교육정책에 대해 진단하고 보완 과제를 살펴본다. 이와 함께 향후 전망과 고등교육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안착을 위한 과제
② 학과 간 경계가 사라지는 대학들의 움직임
③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 교육의 방향

인구구조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지역과 대학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신산업 인프라와 경제력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고, 이는 지역 소멸 위기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역소멸 위기는 대학의 위기이며 대학의 위기는 국가와 사회적 위기로 이어진다. 이에 정부는 대학과 지역이 동반성장하고 대학이 지역의 혁신을 선도해 나아가기 위해 대학과 지역의 상생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시책으로 지방대 지원체계인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도 그 일환이다. 문제는 라이즈와 같은 새로운 고등교육 정책·체계가 추진되면서 교육계에서도 혼란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라이즈에 수반되는 요소들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라이즈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대학과 지자체의 유기적 협력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고등교육의 새 판을 짜게 될 라이즈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짚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체계 구축…지자체-대학 협력에 거는 기대 = 정부가 구축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는 저출산과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화, 지역대학 위기, 지역소멸과 모두 맞닿아 있다. 즉,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한 몸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지역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책무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지역산업에 맞는 ‘지역인재 양성-취업-정주’ 체계 구축, 지역대학 중심 창업·산학 협력 강화, 지역 정주형 우수 유학생 유치를 선언한 바 있다.

교육부도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중앙정부-지방정부-초중등-대학-산업 연계 강화를 통한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체계 구축을 새로운 고등교육 정책 방향으로 삼았다. 또한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연계 강화를 통해 지역 공교육 혁신을 추구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교육부가 11월 2일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교육발전특구는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발전의 큰 틀에서 공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 그리고 우수 인재의 지역 정주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 주도의 교육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라이즈나 교육발전특구와 같은 교육 정책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 RISE센터 시범사업 시동…교육부, 지자체, 일반대-전문대 간 온도차 감지 = 지난 2월부터 7개 시도(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에서 라이즈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긴 하나, 교육부, 대학, 지자체, 기업 등 서로가 지역발전 전체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11월 2일 대전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 「대학-지역 동반성장 포럼」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나왔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교육부와 지자체의 온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교육부의 온도는 상당히 뜨거운데 지자체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온도가 그만큼 뜨거울까라는 생각을 해본다”며 “라이즈라는 플랫폼에 동상이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제도적으로 어떻게 라이즈 체계를 보완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내에 담당하는 부서뿐만 아니라 지역 내 대학들 간의 불협 화음에 대한 우려점도 엿보인다. 가령 RIS와 RISE를 담당하는 국이 다르고 산업을 담당하는 국이 RIS의 가장 큰 예산을 가지면서 지역의 먹거리 산업, 신산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RISE를 담당하는 국은 교육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간극이 있다. 또한 라이즈 체계에서 4년제 일반대의 모델과 전문대의 모델이 충돌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부분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관으로 「대학-지역 동반성장 포럼」이 지난 11월 2일 대전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포럼에 참석한 교육계, 지자체 관계자들은 성공적인 라이즈 구축을 위해 대학과 지역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해야할지 등에 대해 발표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대교협 제공)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관으로 「대학-지역 동반성장 포럼」이 지난 11월 2일 대전에서 열린 가운데 이날 포럼에 참석한 교육계, 지자체 관계자들은 성공적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제 구축을 위해 대학과 지역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해야할지 등에 대해 발표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대교협 제공)

■ 라이즈 성패, 대학-지역사회 ‘협업형 거버넌스 구축’에 달려 = 그렇다면 라이즈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대학과 지역의 ‘협업형 거버넌스 구축’이 꼽힌다. 거버넌스 구조의 핵심인 RISE센터는 지역의 대표성과 밀착성을 확보하는 형태로 구성되고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RISE센터와 지역RISE센터의 추진체계 연계성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 지자체로의 권한 이양이 이뤄지는 과도기적 상황에 한국연구재단에서 전담할 예정인 중앙RISE센터의 세부적 설계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교육부가 지자체에 파견한 교육개혁지원관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RISE센터와 지역RISE센터 간 수직 연계체제, 수평적 네트워크 역할 등 세부적 설계가 필요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대학-지역 동반성장 포럼(11.2)」에서 김규용 충남대 교수는 “지자체가 고등교육 혁신의 대학지원에 전문성과 이해 부족으로 일종의 지방대학지원 사업 정도에 머무를 가능성이 지적되며, 고등교육 혁신의 자율성이 발휘되지 못할 우려가 크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RISE시범사업은 광역자치단체 위주로 한정돼있어 지역 간 협업이 단절되고 지역균형발전의 시너지가 기대되지 못하고 있다. 초광역 범위 생활경제권 혹은 동일경제권 관점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라이즈 사업 목표의 성과 달성을 위해서는 RISE센터 추진을 위한 조직 구축에도 신경써야 한다. 기본적 조직 구성은 물론 업무 연계 전산망 시스템에 필요한 인재확보, 조직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RISE센터 내부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역량·기능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발견된다. 가령 ‘대학 안에서의 네크워킹을 누가 할 것인가’, ‘지방 거점대학, 산업대, 전문대 등 대학 간의 전반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만한 주체는 누가 맡아야 하나’, ‘혁신 역량이 부족할 경우 이들을 누가 학습해 줄 것인가’ 등과 같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김승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는 RISE센터의 문제이긴 한데, RIS 관련 센터를 보면서 여기는 행정 관리 측면으로만 작동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플래닝 기능이 없다는 점을 느꼈다”며 “RISE센터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능과 더불어 기획을 할 수 있는 플래닝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지역 혁신 생태계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협업형 거버넌스 구축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지역 혁신이 성공한 미국, 영국, 일본의 사례를 보아도 지역 혁신 생태계의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곳은 대학이고 아울러 지자체, 기업, 산업, 지역의 혁신기관, RISE센터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기업이나 산업 쪽을 대변할 수 있는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승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지역 산업을 대리하지 못한다. 대학도 역시 마찬가지로 지역 기업, 산업을 대리하지 못한다”며 “지역의 기업을 키우고 그 안에서의 건전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창구가 현재로선 많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이나 교육 체제 개선이 우선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라이즈 사업 성공하려면…대학재정지원사업 아닌 하나의 큰 체계로 인식해야 = 라이즈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RISE센터의 독립법인화도 중요한 이슈로 꼽힌다. 지역RISE센터는 정치적 중립성과 지속가능성 확보가 요구된다. RISE센터가 독립법인화가 되면, 대학지원의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는 체제 특성상 지자체의 교육정책 관련 전문성 부족과 정책 추진 일관성 결여 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특히 정권이나 지자체장이 바뀌면 정부가 추진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김규용 교수는 “RISE센터의 운영은 독립법인의 형태가 바람직하다”며 “재정지원 예산이 지방의회의 재정심의를 거치지 않고 RISE집행기관으로 직접 편성되도록 규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즈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큰 체계로 봐야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은 “라이즈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봐라봐선 안 된다. 이걸 사업으로 인식하는 순간 현재와 같은 불신과 경쟁이 나타나게 된다”며 “지역 내 산업체와 사회단체 각 영역에서 필요한 지역 인재들을 만들어내고 키워내는, 그리고 이들이 해당 지역에 정주하게 만들려면 라이즈를 하나의 큰 체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