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교육, 연구, 산학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해 왔다. 최근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지방대학 활성화에 뜻을 모으면서 지역사회 내 대학이 창출하는 가치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학의 생명은 연구와 교수에 있다. 시대나 지역 상황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대학의 전통적 역할은 유지돼왔다. 그런데 산업화 사회에서 지식기반 사회를 거치면서 대학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사회 변화에 맞춰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했는데,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 출현도 그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대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대학과 산업체 간의 상호작용, 기술이전 조직, 창업 인큐베이터 등 경제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활동과 역할’이 강조된다.

유럽 중심으로 대학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 문제에 초점을 맞춘 ‘변혁적 대학(transformative university)’의 개념도 등장했다. 변혁적 대학은 개인과 사회 전체 모두에 혜택을 제공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특성을 강조한다. 이런 대학은 운영의 초점이 ‘공공성’에 맞춰져 있다. 대학 활동은 기본적으로 개인과 사회 전체에 이익이 돼야 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의무와 역할을 이행해야 한다.

이처럼 대학은 교수, 연구 이외에도 일련의 경제활동과 공공 활동으로 그 역할 범위를 넓혀왔다. 최근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들도 기업가적 대학과 변혁적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학이 지역혁신 허브로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대학이 지역사회에 끼치는 경제적 영향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 영향이란 대학이 그 지역에 존재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가의 문제다. 벡(Beck et al. 1995)이란 학자는 경제적 영향을 “한 기관이 존재함으로 지역에서 유발되는 경제활동의 총합과 그 기관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의 경제활동의 총합의 차이”로 정의했다. 그 자체가 거대 기관인 대학은 수요, 공급 측면에서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산출한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대학은 교수, 행정 직원, 연구원, 기술 지원 등 다양한 직종의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인건비도 뒤따르며 필요한 교재나 기자재 등 각종 사무 행정에서 지출이 발생한다. 각종 시설물을 유지 관리하거나 신축하기 위해 건축 지출비도 발생한다. 학생과 교직원은 주변 상권에서 다양한 상품, 서비스를 소비하고 생활비를 지출해 매출을 증가시키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공급 측면에서도 대학은 지식과 기술의 중심지로서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혁신을 촉진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물은 지역 기업·산업에 적용돼 새로운 제품, 서비스, 기술 개발을 도모하며, 이는 지역 경제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지역사회에 미치는 대학의 경제적 영향력에 대한 연구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표준화된 평가 모델은 아직 없다. 영국고등교육위원회(Higher Education Funding Council for England)가 대학이 산업계·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지표 표준화를 시도했지만 대학의 지식이전(Knowledge Exchange) 자료에 치중해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오히려 단위 대학에서 유지 관리하고 있는 ‘대학의 지역에 미치는 영향 지표’가 대학의 지역사회 기여 현황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례로 버밍험 대학과 로체스터 대학을 살펴보면 지역경제 활성화 지표로 △대학의 고용 창출 △임금 △소비 △산학클러스터를 통한 학생들의 인턴십 기회 창출 △산학협력 △기업에 창업·기타 기회 제공으로 평가한다. 

최근 라이즈 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로의 급속한 전환을 앞두고 교육부는 대학에 적극적 행보를 요청하고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기여 해 온 부분을 적극 홍보하고 라이즈 체계 사업에 반영하라는 주문이다. 지금까지는 대학이나 지역사회 모두 대학이 일궈온 일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제라도 대학이 적극 나서 지역사회에 끼쳐 온 영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의 적극적 대응을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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