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중·일 연구자가 참여한 첫 시도
학생 독립운동, 저항시, 저항시인 부각·공유
문병란 시인, 이명한 소설가 회고문 등 수록

최근 일본에서 출간한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사진=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최근 일본에서 출간한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사진=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일제강점기 전남 나주 출신 저항 시인들의 작품이 연이어 발굴되며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에까지 가치가 확산하고 있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저항 시인들인 윤동주·이육사·이상화 등과 나주 출신 시인들인 이석성·정우채·박준채 등을 조명한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가 최근 일본의 아카시쇼텐(명석서점 ; 明石書店)에서 출간됐다.

이번 기획은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 지원해, 관련 연구를 이어온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맡았다. 김정훈 교수는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나주의 저항 시인을 중심으로, 이들의 문화를 전파하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시각에서도 중요한 일”이라며 “탈식민주의의 공동체 형성에 의의가 있는 내용으로서 보존·공유 작업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연구에 착수했고, 4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서는 총 3부 392쪽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1부와 3부는 나주 출신 저항 시인들의 작품과 한·일 연구자의 논고로 이뤄져 있다. 1부에는 △이석성(본명 이창신)의 ‘제방공사’ △정우채의 ‘단결하자’ △박준채의 ‘회상’ 등을 비롯한 모든 작품이 완역된 형태로 빠뜨림 없이 실렸으며, 이들 각 작품에 대해 논한 한·일 연구자의 연구가 함께 묶였다.

3부에는 ‘이석성의 육필원고를 접하고-그 놀라움과 감동의 언어’를 필두로 이명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 회장)의 부친인 이석성에 대한 회고문 ‘눈 내리는 동토에도 꽃은 피는가’ ‘이석성-저항시에서 저항소설로’ ‘정우채의 삶과 문학’, 박준채의 발굴 시 등 글들이 순서대로 실렸다.

2부에는 문병란 시인의 ‘역사에 있어서의 시적 참여’가 연구자들의 관점을 포괄하는 형태로 제시됐다. 중국의 김만석·최일 연변대 교수(전·현직), 일본의 와타나베 스미코 다이토분카대(大東文化大学) 명예교수, 사가와 아키·아이자와 가쿠 시인, 북한의 한중모 평론가 등 중국·일본·북한의 문인·연구자들이 윤동주·이육사·이상화 등을 본격적으로 논한 논고가 차례로 게재됐다.

김 교수는 “우리의 불행한 역사에 기반한 나주 출신 시인들의 목소리, 중국으로 거점을 확대한 시인 등의 시점을 동아시아적으로 모색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일본의 학계, 도서관, 시민단체, 국내외 관련기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나주 출신 저항 시인들은 도쿄 한복판에서 항일저항시를 쓰고 반제 동맹 운동에 참가하기도 했다”면서도 “이 같은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문헌 부족 등으로 그 실상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기획으로 책이 출간된 것은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명한 이사장은 “당시 나주 출신 작가들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학생운동과 시 운동을 병행하며 투쟁의 선두에 섰다”며 “이들은 침략주의가 노골화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독립 의지를 불태웠다. 학생운동과 저항시 활동이 나주지역의 독보적인 문화 자산인 만큼 널리 공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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