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한 순천제일대학교 기획처장

백승한 순천제일대 기획처장
백승한 순천제일대학교 기획처장

순천만국제정원 박람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생태도시 표준을 만들어 낸 정원도시 모델은 전국적으로 국가정원 추진 20여 곳, 지방정원 추진 40여 곳의 파생 효과를 냈을 뿐 아니라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에서 내년 카타르 총회에서 순천의 노하우 공유 요청과 사우디아라비아 행정안전부 직원들의 벤치마킹 방문 등 국제적인 주목도 이끌어 냈다.

노관규 시장은 “순천은 대도시를 꿈꾸지도, 따라하지도 않는다”면서 “정원박람회가 그랬듯 우리 도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제대로 집중하고 투자한다면 온갖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수도권 일극체제의 대한민국 판도가 분명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소멸 시대에 정부 정책에만 목매여 있지 않고 생존을 위한 독창적인 새로운 경제 동력 창출의 좋은 사례로 여겨진다.

저출산, 고령화 게다가 청년 인구 유출 등 지방소멸시대는 이제 생소한 뉴스거리가 아니다. 학령기 인구감소와 함께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며 지방대학과 지역의 위기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21년 인구감소지역(89곳) 중 85곳이 비수도권 지역(’21.10, 행정안전부)이며, ’21년 미충원 신입생 4만586명 중 3만458명(75%)이 지방대학에 집중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산업의 성장이 인재·연구개발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짐에 따라,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을 매개로 지역과 대학의 위기가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지방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 타파와 체질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그 중 2025년부터 전격 추진되는 RISE 체계는 지역혁신의 허브로서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방대학이 만드는 혁신인재, 새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전문대학교의 입장에서 주목할 사항은 시·도별로 5년 단위의 RISE 계획을 수립해 지역대학에 대한 대학재정지원을 하게 된다.

RIS(지역혁신), LINC3.0(산학협력), LiFE(대학평생교육), HiVE(전문직업교육), 지방대활성화 사업 등 약 1조2000억 원 규모의 5개 사업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확정됐고, ’24년 상반기 중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또는 신규 재원 확충을 통해 8000억 원 이상의 재원 확보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지방소멸시대,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여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 23. 9.20.). 전문대 역시 혁신지원사업 외에도 RIS(지역혁신) 등 다양한 정부재정지원에 참여하고 있기에 새로운 대학지원 체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최근 미국에서는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의 취업과 직접 연결되는 교육과정에 낮은 학비와 함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올해 소폭이지만 학생 수의 증가가 증빙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실무 능력을 키워 빨리 직업 전선에 나가려는 학생들이 2년제 대학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해설이 나온다. 여기에 ‘4년제 학위가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는 설문에 2013년 최초 설문이후 최근 16% 이상이 증가되었다. 학벌보다 실력을 보다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미국 취업전선의 분위기도 한 몫 더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3학년도 전문대 입시에서 ‘유턴’ 입학(대학졸업자) 전형에 응시한 지원자는 1만4071명으로, 2020년(1만268명)보다 1.4배 늘었으며 실제 입학생 수도 2년 새 1571명에서 1768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문대 전체 입학생 가운데 2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0.0%(1만9888명)에서 2020년 12.1%(2만2762명), 2021년 16.3%(2만7215명)으로 증가 추세로 전체 입학 정원이 매년 줄어드는데도 성인 입학생은 꾸준히 느는 것이다. 이처럼 실용기술이나 전문 자격증 취득으로 일반대에 비해 8%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학의 위상이 새로이 시작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서 더욱 탄력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전문대학은 이미 지난 50여년 간 지역 학생을 지역인재로 성장시켜 왔으며 청년 유출과 지방소멸 등 지역의 위기를 지자체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기대된다. 졸업생의 약 8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하고 있으며, 특히 동일 지역 내 취업률이 일반대 39.4%에 비해 약 10.0% 이상 높아 지역의 산업현장 맞춤형 인력 양성에 최적화 돼 있다. 지역 내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강화해 생산가능인구 확대에 기여해 왔다. 또 산자부 ‘외국인 인력 양성대학 사업’에 9개 전문대학이 참여해 뿌리전문기술인력, 즉 인력 부족이 심각한 산업분야에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한 산업인력 양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계획 수립에 여념이 없지만 전라남도는 시범지역으로서 우선 도에 대학혁신추진단을 신설했으며 인재평생교육진흥원 내에 전라남도 RISE센터를 구축하고서 ‘지역과 대학이 주도하는 미래 전남 혁신성장 실현’의 비전(안) 하에 지역-대학 동반성장 총괄지원 체계 구축, 지역-대학 교육혁신을 통한 지역발전 생태계 구축, 지역-기업-대학-인재 혁신성장 클러스트 구축의 3대 목표를 수립해 4대 전략과 6대 핵심분야에 대해 집중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지역특화인재양성 분야에서 전문대학 특성화분야 인재양성, 취창업 이노베이션 분야에서 전문대-기초지자체 협력 선도대학 등 구체적으로 전문대의 역할에 대해 명시를 하고 있다. RISE 체계에서 직업교육 전문기관으로서의 그 동안의 위상이 일반대학에 묻혀 버리지 않을지 노심초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도내 전문대학 관계자들이 땀 흘려 얻은 작은 성과이며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대학만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사업 진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전문가를 만드는 힘’이라는 전문대학의 슬로건, ‘대도시를 꿈꾸지도, 따라하지도 않는다’ 지방 도시 시장의 외침이 왠지 하이브리드로 전달되어 온다. 높아져 가는 전문대학의 위상을 지키는 길은 결국 우리 전문대학인들의 의지가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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