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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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학교에 다닐 때부터 직업을 원하고 준비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준비가 미흡하거나 사회적으로 수요가 부족해 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상의 많은 직업인 중에서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필자는 중·고등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마다 “직업은 여러분이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진로 교과서에는 그렇게 기술돼 있지 않지만 사실이다.

직업은 돈을 벌고 생계를 꾸리기 위한 일이다. 특히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기에 충분히 잘해야 한다. 시작점이 어떻든, 준비 기간이 얼마가 됐든,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혼자서 즐기는 일은 직업이 아닌 취미생활이다. 취미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된다. 물고기를 잡는 것에 비유하자면 직업으로서의 물고기 잡는 일은 ‘어부’에 해당한다. 취미로서의 물고기 잡는 일은 ‘낚시꾼’에 해당한다.

일본의 히토쓰바시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구노스키 켄(補木建)은 이렇게 말했다.

“‘일’은 취미가 아니다. 취미는 자신을 상대로 자신을 위해 하는 행위다. 자신이 즐거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에 반해 일이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행위다. 낚시를 예로 들어보자. 같은 시간 동안 고기를 잡는다고 해도 어부가 하면 일이 되지만, 낚시꾼이 하면 취미다. 어부는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기를 잡지만, 낚시꾼은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고기를 낚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고객에게 도움이 돼야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돈을 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칼 뉴포트(Karl Newport)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를 ‘재정적 생존 가능성(Financial Viability)의 법칙’이라고 했다. 즉,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낼 일을 하라는 것이다. 돈을 낼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도 포함한다. 세상은 세상이 원하는 수준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내는 냉정한 곳이다.

우리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취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는 수준인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취미 수준의 실력으로 생계가 어려운 것은 당연할 것이다. 취미 수준의 실력이라면 더 발전해야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창한 안데르스 에릭슨(Anders Ecicsson)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의 제안처럼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통해 수행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최고의 교사를 찾고, 그 교사의 지도로 몰입해서 배우고, 즉시 피드백을 받아 고치고, 다시 반복해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 사람은 누구에게서 배우는가에 따라 성과에 큰 차이가 난다.

사람은 일을 배우기 시작할 때는 서투르다. 낚시꾼이나 어부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파도를 이기고 고기를 잡는 어부가 돼야 한다. 도전하고 실패하면 피드백을 받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견디면서 고치고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런 과정은 매우 어렵지만 그것을 이뤄냈을 때 세계적인 명장이 되기도 하고, 평범하지만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다. 낚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자기 생각에 갇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라는 인식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사회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상대로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돈을 번다. 오래전부터 잘 준비했든지, 갑자기 결정하고 선택해서 서투르든지 상관없다. 매일 살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은 이 법칙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 물고기를 잡는 일에서 훌륭한 ‘어부’가 돼야 하는 것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 ‘낚시꾼’ 상태로 머물러 있으면서 세상이 나를 불공평하게 대우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낚시꾼’은 어디나 널려있을 수 있지만, 세상은 ‘낚시꾼’보다 ‘어부’를 더 많이 찾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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