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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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초반 북부 가자지구에 깃발을 꽂은 뒤 이제는 남부에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 목표는 대부분 충족됐다”고 말하며 전쟁 ‘두 번째 단계’를 공식화했다.

지난 두 달간 이스라엘군이 퍼부은 지상 공습은 1만 회를 넘어섰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만든 지하 터널 입구를 현재까지 800여 개 발견했다. 이 중 500여 개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전쟁 초반 이스라엘군의 기습공격으로 한동안 하마스의 공격 속도가 늦어졌다. 그런데 최근 적의 드론 공격과 땅굴 제거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잘 버티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전략적 기술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한때 시리아·이라크 일대를 장악했던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비대칭 전술’을 습득해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에 대항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하마스가 무인기(드론) 공습과 땅굴 기습 작전으로 첨단 인공지능(AI) 기술로 무장한 이스라엘 방위군(IDF)을 격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드론 한 대를 이용해 날개 달린 수류탄을 이스라엘군에 투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폭탄을 상공에서 투하하는 드론 외에도 하마스는 표적을 직접 공격하는 자폭 드론도 보유하고 있다. ‘주아리(Zouari)’ 드론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6년 튀니지에서 피격당한 하마스 측 우주 공학자 모하메드 주아리의 이름을 땄다.

무인항공기에 AI를 장착한 ‘전투용 AI 드론’이 현대전에서 잘못 사용됐을 때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오류 가능성도 있다. 전투용 드론이 최소한의 도덕적 판단도 사라진 AI에 의해 움직이면 심각한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전쟁의 양상이 드론 전으로 바뀌면서 많은 나라에서 기술적, 전술적으로 드론을 사용하기 위해 연구,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북한도 전쟁 국가로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김정은은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만나 우주항공 분야 기술을 전달받으면서 러시아에 많은 양의 무기를 제공했다고 전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정찰위성과 같은 우주항공 기술 이외에도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인기 기술을 전수받았다는 점이다. 북한의 무인기 기술 발전은 한반도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 침입한 북한 무인기는 일반 항공기보다 작고 속도가 느리며 비행 고도가 낮아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았다. 우리 군은 북한발 무인기를 포착하고 공군 전투기,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대응했지만 결국 격추하지 못했다. 북한의 무인기 영토 침범은 2014년, 2016년, 그리고 2017년에도 포착됐다.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기반 무인기 대응 시스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는 인공지능기술과 첨단 무인기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자폭용 드론을 개발해야 한다. 고성능 카메라 기술과 AI칩이 내장된 지능형 보드를 장착한 드론이다. 이와 함께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군집 비행도 가능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투이주병(鬪而鑄兵)은 싸움(전쟁)이 일어나고서야 병기를 주조(鑄造)한다는 뜻이다. 때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전쟁이다. 늘 준비하고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생성형AI 기반 ‘협업 드론’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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