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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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크리스마스 절기다. 미국의 작가 오 헨리(O. Henry)의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대 초반의 가난한 젊은 부부인 짐(James Dillingham Young)과 그의 부인 델라(Della).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 없던 그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값진 것을 팔아서 배우자에게 선물한다. 남편 짐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쳐서 자신에게 전해진 금시계를 팔아서 아내 델라의 아름다운 머릿결을 빗겨줄 보석 박힌 빗을 샀다. 아내 델라는 남편 짐의 시계줄이 없음을 알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 짐의 백금 시계줄을 샀다.

서로의 선물을 확인한 부부는 허탈했고, 그 장면을 읽는 독자는 눈시울을 적셨다. 동방박사들이 예수의 탄생 소식을 듣고서 예수그리스도에게 바친 현자의 선물에 비견할 만한 아름다운 이야기다. 가진 것이 없어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값진 것을 희생할 줄 아는 부부다. 가난하기에 슬픈 전설과 같은 이야기로 남는다. 필자는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라는 작품도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읽었다.

수(Sue)와 존시(Johnsy)는 화가 지망생으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뉴욕의 허름하고 납작한 벽돌집 꼭대기에서 같이 산다. 그런데 찬 바람이 불던 11월에 폐렴이 그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고, 존시가 폐렴에 걸렸다. 수는 존시를 극진히 간호하지만 존시는 폐렴으로 인해 부정적인 생각에 꽉 사로잡혀 삶에 대한 용기를 잃어간다. 어느 날부터인가, 존시는 창밖으로 보이는 담쟁이넝쿨의 잎새를 세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기만 했다. 존시는 그 잎새가 모두 떨어지면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는 자신의 모델이며 화가인 베어만(Behrman)에게 존시 이야기를 했다. 베어만은 걸작을 그리겠노라고 큰소리쳤지만 실패한 화가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존시는 생각했다. 이 밤이 지나면 담쟁이의 마지막 잎새가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자신은 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창의 커튼을 열었는데, 담쟁이의 넝쿨에는 간밤의 비를 견딘 마지막 잎새가 달려있었다. 그 잎새를 보고 존시는 마음을 고쳐먹고 기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존시의 삶을 지탱해준 마지막 잎새는, 비를 맞아가면서 베어만이 담에다 그린 것이다. 마지막 잎새로 인해 존시는 크리스마스에 삶을 되찾았지만, 베어만은 마지막 잎새를 그리면서 얻은 폐렴으로 인해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마스 절기는 성스러운 절기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억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누군가를 위해 내가 가진 값진 것을 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배웠다. 그 교훈은 다른 사람을 살리는 것이 될 것이고, 그 사람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절기에 한국에서는 잔인한 일이 벌어진다. 대학의 합격자 발표, 고등학교의 합격자 발표다. 누군가는 합격의 기쁨을 누리겠지만 더 많은 숫자는 불합격의 슬픔을 맛본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희망이 없다고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도 한다. 합격만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했기에 더욱 충격과 좌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필요하다. 목숨을 버리거나 가장 중요한 유산을 팔아야 살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 단지, 가벼이 안고서 어깨를 두드리면서 주는 부모의 따스한 말이 더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일 것이다.

“아들(딸)아, 고생했다. 아빠(엄마)는 네가 열심히 노력한 것을 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줘서 고맙다. 합격과 불합격을 네가 결정할 수 없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너는 아빠(엄마)의 소중한 아들(딸)이고, 기쁨을 주는 존재란다. 당락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고 노력과 도전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다. 끝까지 노력해 준 네가 자랑스럽구나.”

사람은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 말씀으로 살 것(마태복음 4장 4절)이라는 신약성경의 말씀이 와닿는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주는 음식으로만 크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따스한 마음으로 커간다. 이것이 올해에 자녀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면 어떨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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