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국립학교 설치령 등 4개 법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국립대 사무국장직 교수, 민간 전문가에게 개방…인사‧예산 등 담당
“내 식구 챙기기로 끝나면 의미 없어”…제도 취지 ‘유명무실’ 우려 지적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립대학 총장 간담회를 열고 ‘사무국장 인사제도 혁신방방과 추진 사항’ 등을 논의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월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립대학 총장 간담회를 열고 ‘사무국장 인사제도 혁신방방과 추진 사항’ 등을 논의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국립대 사무국장직을 교수, 민간 전문가에게 개방하는 길이 열렸지만 대학 총장들이 교수를 선호하면서 교육부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나눠 먹기’에서 벗어나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되려 ‘내 식구 챙기기’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대 사무국장은 국립대의 직원 인사, 급여, 법무, 자체 감사, 예산 편성과 집행 관리 등 내부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중요 직위다. 그간 교육 분야 전문성이 있는 교육부 공무원들이 관행적으로 파견돼 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 관행이 ‘나눠 먹기’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교육부는 지난 6월 사무국장직 민간 개방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교육부는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임용된 모든 공무원을 비롯해 타 부처로 나간 공무원까지 모두 복귀 조치를 취했다.

그간 국립대 사무국장은 국립학교 설치령 등에 따라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 부이사관, 서기관이나 기술서기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교육부 공무원들이 독차지해 왔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지난달 10일 ‘국립학교 설치령’ 등 4개 법령 일부 개정령안이 심의‧의결되면서 해당 규정이 폐지됐다. 교수나 민간 전문가를 별정직 공무원으로 선발해 임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교육부 측은 “이번 법령 정비를 통해 국립대의 자율적 혁신과 성장을 한층 앞당기고, 대학이 주도하는 교육 개혁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국립대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사무국장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제도 안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열린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서는 국립대 사무국장을 민간에 전면 개방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날 협의회에 자리한 국‧공립대 총장들은 교육부의 의도와 달리 민간 전문가보다는 교수를 선호한다는 입장이 강했다. 특히 한 국립대 총장이 “사무국장 인선에 교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자 다수의 총장이 동의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교육부 또한 ‘교수’ 또는 ‘민간 전문가’를 선발해 임용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사무국장에 교수를 선임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민간에 개방되면서 사무국장을 노리고 있던 민간 전문가들은 교수를 우선순위로 보는 행태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사무국장을 민간까지 확대해 개방한 것은 내부자가 볼 수 없는 부분을 반영해 대학을 혁신하라는 의미인데 다수의 국립대가 교수를 선임하겠다는 것은 ‘내 식구 챙기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나눠 먹기로 비판을 받아 개방된 사무국장직을 내 식구 챙기기로 끝나면 개방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무국장은 국립대의 살림을 담당하는 사실상 2인자에 가깝다”며 “교수 인선 자체가 문제가 되기보다는 사무국장직이 대학 내부 정치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사무국장직은 대학의 인사부터 예산 편성까지 손이 안 닿는 곳이 거의 없다”며 “내부 인사가 선임되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대학 내에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27개 국립대 모두 사무국장 자리는 공석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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