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지난 5월, 전국의 모든 대학도서관들이 2019년 제출한 발전계획에 대한 2022년 추진실적과 2023년 시행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는 대학도서관진흥법 제9조 및 시행령 제4조에 따라 ‘대학의 장은 대학도서관진흥종합계획에 기초해 대학의 특성에 맞는 대학도서관 발전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것을 근거로 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에 걸친 1차 발전계획이 마무리되고, 올해부터 새롭게 2차 일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기존 대학도서관 발전계획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각 대학도서관이 발전계획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한 것은 대학도서관계가 처한 현실과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또 대학도서관이 추구해야 할 방향과 미래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 대학 당국에 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기 위한 근거가 된 점도 긍정적인 효과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점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첫째, 작성 형식의 자율성이 필요하다. 매년 교육부에서는 전국 대학도서관에 발전계획 작성을 위한 지침을 공문으로 발송한다. 내용을 보면 발전계획 작성 순서, 표의 구성과 문장 기술, 그리고 각 단위마다 기재해야 하는 방법까지 명시하고 있다. 또 페이지 수를 포함한 분량은 물론 글자의 폰트와 크기, 줄 간격, 그리고 편집 용지 설정까지 지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치는 관리적 측면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자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최대한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향후 제시될 발전계획 작성은 필수적 요소만 제시하고 작성 형식과 내용은 대학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 똑같은 형식과 유사한 내용, 고정된 추진 계획과 일정, 그리고 지정된 틀은 혁신과 창의의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둘째, 목표의 수정 가능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대학도서관이 발전계획을 작성할 때 반드시 향후 5년의 목표치를 정량적으로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5년 동안 계획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과 같이 시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미 제출한 계획과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사이의 괴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즉, 해당 기간 중에 발생하는 대학도서관의 새로운 문제와 이슈를 발전계획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정 기간마다 자율적인 평가와 점검을 통해 발전계획을 교체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

셋째, 내용 구성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발전계획 내용에는 대학도서관 발전 방향과 목표를 제시한 기본과제 1개와 자료개발 확충 방안, 시설과 환경개선 방안, 서비스 활성화 방안, 인적자원의 개발과 관리 방안 등 4개의 필수과제, 그리고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선택과제 1개 등 총 6개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6개 주제가 모두 중요하고 대학도서관 발전을 위해 항목 간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과제를 계획하고 실행할 경우 집중력과 추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서관의 특성과 상황에 맞춰 적절한 과제를 선택하고 이 항목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도서관들이 제출한 발전계획 내용의 유사성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학도서관이 겪고 있는 문제와 이슈가 비슷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발전계획 내용을 대학도서관 간에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그만큼 대학도서관들이 발전계획 작성과 제출을 처리해야 하는 업무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꾸준히 당위성과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과정을 통해 대학도서관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전체 대학도서관 발전계획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통해 대학도서관의 현실과 문제를 대학은 물론 관련 단체와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도서관계 전체의 협력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과 함께 정부차원의 지원정책을 연계시키는 큰 그림도 필요하다.

차기에는 대학도서관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개선된 발전계획을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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