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인구소멸·재정 위기·디지털 대전환 등 복합적 위기에 처한 대학…성장·침체 갈림길에 직면
AI 보조교사·AI튜터 중요성 부각…AI 기술 상용화 속도 ‘왜(Why), 창의성, 인간다움’ 교육에 방점
평생학습 지원할 대학의 상시 플랫폼 기능 확대 요구…원격 통한 인적·물적 인프라 활용 기대
대학 커리큘럼에 ESG 속속 도입, 학내 문화로 확산…대학별 상황에 맞는 ESG 경영 도입해야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시대를 겪고 있는 가운데 2024년의 고등교육 키워드는 ‘생성형AI·원격평생교육·ESG’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시대를 겪고 있는 가운데 2024년의 고등교육 키워드는 ‘생성형AI·원격평생교육·ESG’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2024년 고등교육계 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대도약을 실현하는 갈림길의 시기다. 지금 대학은 기로에 놓여 있다. 이대로 생존 위기에 내몰릴 것인가,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 대학을 둘러싼 대내외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대학 혁신의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 대학은 지금 복합적 위기에 처해 있다. 미래 세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기후위기를 비롯해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 현실화에 따른 지방대학의 위기, 장기간 등록금 인하·동결로 인한 대학 재정의 위기, 생성형 AI가 바꾸는 교수·학습 방식의 변화 등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생성형AI’가 바꿔나갈 교육의 미래 =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특히 챗GPT의 등장은 우리 교육 현장의 변화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4월 조사에 따르면, 20대는 절반에 가까운 48.0%의 응답자가 챗GPT를 경험했다. △30대 36.0% △40대 25.6% △50대 21.4%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용률은 감소했으나 앞으로 챗GPT 상용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 연령층에서 챗GPT 이용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AI는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직장에서는 아이디어 창출, 콘텐츠 제작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고 이메일 답변과 코드짜기, 자기소개서 및 이력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등 활용의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학으로 눈을 돌려봐도 AI의 쓰임새는 크다. 대학생들은 에세이 작성·요약, 글쓰기 과제는 물론 전공 심화학습 및 시험 공부 등에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교수자 입장에서 보면 보조교사와 튜터 역할을 AI가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2022년 1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2025년부터 AI 튜터를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도 인공지능 기반의 지식 추적(Knowledge Tracing) 기술을 활용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교육의 효과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많은 관련 연구에서 AI 튜터 시스템을 교수·학습과정에 활용하면 성과가 낮은 학생들의 성취 격차를 줄이고, 학생의 참여와 동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 시스템에 AI 튜터를 도입해 학생들에게 맞춤 학습을 제공하면서 학생이 궁금한 점을 AI 튜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된다. AI 튜터는 학생들과 대화하듯이 질문을 받고 이를 기록해 학생 수준별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AI 튜터는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학생들에게 인간적인 접촉과 정서적 지원 및 지도를 제공함으로써 교수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문제는 작금의 교육 현실이다. 시대가 급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예전의 교육과정과 교육 모델을 쫓아가고 있다. 생성형AI 시대에는 대학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이 달라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왜(Why)’에 공을 들이는 학습 방식으로 바꿔져야 한다는 의미다. ‘왜(Why)’라고 질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배우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자기주도적 역량과 창의력 그리고 문제해결력이 미래 사회 구성원들이 갖춰야 할 핵심역량이 된 것이다. 

■ 평생학습은 선택 아닌 필수…주목받는 ‘원격평생교육’ = 고등교육 정책 흐름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변화 중 하나는 평생교육이다. 전문가들은 2040년까지 성인의 평생학습시간이 지금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평생학습을 통한 지속적인 역량개발을 위해 성인학습자의 재교육과 향상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실 평생교육은 현대인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사안이다. 학습자 개인으로 보더라도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학 평생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인적·시설 인프라, 수요자 맞춤형 교육 콘텐츠, 전문교육 등을 갖춘 교육 체제 시스템의 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전환과 그린전환, 저출생 고령화라는 메가트렌드는 평생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어서다. 특히 시간 부족과 물리적 한계로 평생학습을 원하지만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원격평생교육은 그 대안으로 꼽힌다. 대학 부설 원격평생교육원은 대학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해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다만 원격평생교육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LMS 통합 플랫폼 개발·공유, 교육 콘텐츠 공동 개발, 마케팅 전략 공유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평생교육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인 만큼 대학은 평생학습을 지원할 상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 확대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상욱 한국대학평생교육원협의회 이사장은 “원격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이제는 코로나19 영향을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의 평생교육 시장이 공존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이전 통학 가능한 지역에만 국한되던 평생교육 시장이 언제 어디서나 수강할 수 있는 편리성이 강조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어 평생교육의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듯 대학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원격평생교육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1년 원격평생교육원 설립 이후 불과 2년여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큰 주목을 받은 가천대가 대표적 사례다. 가천대 원격평생교육원은 매출이나 신규전공(과목) 개설에서도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천대 원격평생교육원은 올해 인천 메디컬캠퍼스에 원격평생교육원 신규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 피할 수 없는 흐름 ‘ESG’…대학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 = ESG도 빼놓을 수 없는 대학가의 관심사다. 대학에서도 ESG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학 경영에서도 ESG가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발빠른 대학들은 ESG를 대학 커리큘럼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경영대학원 전공 수업에 ESG 과목을 신설해 ESG 전문가를 양성하고, MBA 과정에 ESG 전문 트랙을 반영하는 대학도 있다. 학부 수업에 ESG 교과를 개설하는 대학들도 잇따라 생겨나는 추세다. ESG 경영을 적극 도입한 대학의 경우 구성원 사이에도 ESG 문화확산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 도입에 그치지 않고 대학에 요구되는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측면에서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ESG 경영 방식을 대학에 맞게끔 치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한국ESG경영원은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대학 ESG 가이드라인’을 고안해 발표한 바 있다. 대학 상황을 고려해 ESG 요소를 제시했으며, 대학의 ESG 평가 검증 시 대학의 특성에 맞게 진단할 수 있도록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ESG경영원 관계자는 “‘대학 ESG 가이드라인’은 대학들이 ESG 경영 추진을 위한 전략 가이드로 활용할 수 있으며, ESG 활동 및 성과 데이터 관리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기업들의 ESG 성과를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K-ESG 가이드라인과 다르게 대학들이 ESG 성과 검증보다는 경영을 추진하고 자체 점검 그리고 평가 대응역량을 확보하도록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대학의 ESG 경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대학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ESG 전환을 선언하고 있지만 아직 객관적 데이터나 등급을 제시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며 “미국과 영국 및 캐나다의 주요 대학들은 대학 기부금 기금 운용에도 ESG 기준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대학 운영에서 ESG 개념을 확산시키고 있다.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해외 대학의 우수사례를 검토해 우리나라 대학 상황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시대를 겪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고정관념과 방식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변곡점은 어느 한순간 ‘짠’하고 일어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하게, 순식간에’ 변화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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