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석 한국뉴욕주립대 팀장

김규석 한국뉴욕주립대 팀장
김규석 한국뉴욕주립대 팀장

지난해 12월 교육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있었던 ‘다른 지역 학생은 지방소재 C대학에 왜 진학하는가?’라는 주제 발표는 자못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 지역 경계를 넘어 학생이 이동하는 거시적 패턴은 일견 단순해 보인다. 첫째, 수도권 특히 서울 안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쏠림’은 자명하다. 둘째, 지방에 있는 학생이 각 지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유형이다. 서울에 있는 명문 사립대학교에 합격하고도, 집에서 통학할 수 있어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거나 수업료가 낮다는 등의 이유로 P대, K대, J대 등 지역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지금과 같이 지역에 따른 고등교육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기 전에 더 잘 드러났던 옛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른바 수도권에 있는 학생이 지방대학에 진학하는 흐름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또한 대구 학생이 광주의 대학으로, 부산 학생이 강원도의 대학으로, 경기도 학생이 제주도에 있는 대학으로 이동한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리할 필요가 있다.

학회에서 소개된 사례는 K도시에 있는 대학이었다. 발표자에 따르면 이 대학에 진학하는 학부 과정 학생은 해당 권역 출신이 90%, 그 외 지역이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학과 경쟁력, 취업 가능성, 자격증 취득 가능 여부 등이 다른 지역의 학생을 유인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음을 설명했다. 해당 연구자는 “C대학에 진학한 다른 지역 출신 학생의 적응을 돕고 그들이 나고 자란 지역과는 다른 문화, 정서 등을 수용하게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라는 정책적 시사점을 던지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크지도 않고 지역에 따른 차이가 대단히 큰 것 같지도 않은데, 다른 곳으로부터 온 학생을 정말 따로 지원해 줘야 할까요?” 무난하게 끝날 줄 알았던 발표의 끝에 한 청중이 던진 이 질문은, 언젠가 필자의 지인이 들려줬던 이야기를 떠오르게 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한 학생이 B도시에 있는 P대학에 입학한 뒤로, 그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 심지어 주변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의 강한 어휘와 말투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학기만 마친 뒤에 입대해 버렸고, 전역한 뒤에도 학교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다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도 아닐뿐더러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처럼 면적이 크지도 않은데, 그런 학생들까지 따로 챙겨줄 필요까지는 없다(또는 그럴 여력이 없다)는 의견에 문제가 있다고 단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이 다른 지역의 대학으로 이동했을 때 충분한 ‘소속감(sense of belonging)’을 경험하지 못하는 현상은 분명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신입생의 대다수(majority)가 매우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면 나머지 10% 학생은 물리적으로 소수(minority)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이 지방으로부터 수도권으로 ‘유학’을 오면서 서울 소재 대학은 상대적으로 학생의 출신 지역의 다양성이 확보되기 쉽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그와 같은 환경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다문화 학생이나 외국인 유학생이 그곳에서 겪을 잠재적 어려움의 크기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방거점국립대에서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가까운 신입생이 자퇴하고 있다는 뉴스가 최근 몇 년 동안 빠지지 않는다. 지방대학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수도권 대학에서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의학계열 학과로 이동하는 연쇄작용은 엄연한 현실이다. 해외 유학에 따른 인재 유출도 고려해야 한다.

입학 자원 고갈이 불러온 위기가 하루도 빠짐없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대학에서 일하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우리 대학에 오는 학생의 특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과업도 없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입생이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대학 차원의 의도적인 노력, 즉 정책적 개입(policy intervention)은 특별한 중요성이 있다. ‘첫해 경험(first year experience)’은 ‘학생 유지(student retention)’를 위해 대학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관리해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집토끼’와 ‘산토끼’ 은유는 정치권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모든 대학은 산토끼를 잡기 위해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고 바다를 건넌다. 모두가 산토끼를 쫓으려 하는 이때, 먼 곳에서 찾아와 집토끼가 돼준 그들이 캠퍼스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노력에 사각지대가 있지는 않았는지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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