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던진 예비후보들 너나 할 것 없이 공약 내걸어…표심 잡기 수단?
21대 국회 발의된 ‘의과대학 신설’ 법안 모두 계류 중…총선용 공약 전락
“의대 유치 공약, 현실성 떨어진다” 지적도…정부, 의대 신설에 ‘미온적’

전라남도는 24일 보건복지부와 함께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전라남도청)
전라남도는 24일 보건복지부와 함께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전라남도청)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총선 레이스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정당을 가리지 않고 ‘의대 유치’ 공약을 앞세우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의대 유치 공약이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일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인천, 전라남도, 창원, 포항 등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 의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1월 ‘창원 의과대학 유치기획단(TF)’을 구성한 뒤 3월 범시민추진위를 출범시키고 의대 신설을 위한 대정부 건의, 서명운동을 펼쳤다. 최근 2차 목표인 70만 명의 서명운동에 성공했고 3월까지 1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시가 의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 역시 시 주도의 적극적인 의대 유치가 한창이다. 포항시는 포항공대(포스텍) 내 의대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텍이 최첨단 연구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을 내세워 의대 유치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남도는 ‘의료 불모지’, ‘의료 취약지’를 강조하며 국립의대 신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앞서 전남도는 지역 대학 총장 등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해 ‘노던 온타이로대’ 사례를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 지난 25일에는 국회에서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해 행사 참석 대상에서 국회의원은 배제하고 민간인 위주로 행사를 치렀다.

■ 公約일까, 空約일까…‘의대 유치’ 내건 예비후보들 = 이처럼 의대 유치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지역구에서는 예비후보들의 ‘의대 유치’ 공약 경쟁이 치열하다. 창원 의창구 출마 예정인 배철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창원의대 신설과 의대 증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창원 마산회원구 차주목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계약되지 않은 부지에 지방의대 분원을 유치하겠다”며 공약을 내걸었다.

포항 지역 예비후보들의 의대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이부형 포항북구 국민의힘 예비후보, 이상휘 포항남·울릉 국민의힘 예비후보, 최용구 포함남·울릉 예비후보 등은 모두 “의대 유치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각축전을 예고했다.

부평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유제홍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인천 캠프마켓 부지에 인천의료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유 후보는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에 인천의료원을 위탁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원의 만성적자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야권도 의대 유치를 위한 공약으로 지역 표심 사기에 나섰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목포대 의대유치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 배종호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김 의원의 지난 총선 공약이었던 목포의대 유치 실패 결과를 질타하면서 “목포의 역량을 키우고 결집된 시민의 힘으로 전남권에 의대를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안성시 출마 계획을 밝힌 같은 당 최혜영 의원은 ‘한경국립의대’ 설치를 주장했다. 최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한경국립의대 설치는 안성시뿐 아니라 경기도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한경국립대 의대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 21대 국회서 통과된 의대 유치 법안 없어…“현실성 없다” = 문제는 공약의 현실 가능성 여부다. 21대 국회에 진출한 정치인들의 공약처럼 지난 총선에서도 정치권의 의대 유치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의원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국회 홈페이지 의안현황에서 21대 국회를 기준으로 ‘의과대학’을 검색하면 2020년 8월 3일부터 2023년 11월 15일까지 총 12건의 의과대학 설치에 대한 특별법안이 나온다. 창원대, 목포대, 공주대, 순천대, 대진대, 한경대 등 이미 있는 대학에 의대를 설치하는 법안은 물론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기북부 등 지역 의대 신설에 관한 특별법안까지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이들 12개 법안은 모두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오는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만큼 이미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하면서 해당 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총선에서 정치권이 입을 모아 추진하겠다던 의대 유치는 모두 소득 없이 22대 국회로 넘어가는 것이다.

김원이 의원과 최혜영 의원 역시 의대 유치를 공약을 내걸고 21대 국회에서 법안까지 발의했지만 의대 유치를 현실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배정호 부위원장이 김원이 의원의 의대 유치 실패 책임을 물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배 부위원장은 “김원이 의원은 마치 목포의대 유치가 윤석열 정권에서 곧 실현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목표의대는 유치됐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지난 총선에서 목포의대 유치 공약을 내세웠던 김 의원을 직격했다.

정부 역시 의대 정원 확충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가진 데 반해 의대 신설에 대한 입장은 미온적이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방국립대에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김원이 의원의 질의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대 설립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책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사 수 확충은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추고 추진하고 있다”는 답변과는 확연한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한 지역 대학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지금 나온 의대 유치(방안) 내용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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