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장상현(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세계 최대 규모 에듀테크 행사인 ‘BettShow 2024’가 지난 1월 영국 런던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는 국내 기업으로 구성된 산업부 대표단뿐만 아니라 교육부에서도 참가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성과를 알리는 뜻깊은 기회였다. AI 디지털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할 선도 교원으로 구성된 TOUCH(터치, Teachers whO Upgrade Class with High-tech) 교사단도 세계 각국이 어떻게 에듀테크를 통해 교육 혁신을 이뤘는지 둘러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AI 기술의 교육적 활용 △장애인·다문화 학생을 위한 포용성과 다양성 △기술로 얻을 수 있는 학생들의 웰빙(Well-being) △데이터를 활용한 증거 기반(Evidence-Based) 교육 등을 주제로 세계적 석학들의 발표와 구글·MS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전시회 등 다양한 자리가 마련됐다. 개인별 맞춤 학습·자율 학습·교수 학습법 혁신 구현을 위해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게 대학생 이상의 성인 학습자에게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관련 정책은 초·중등교육에 집중됐다.

이에 반해 국내 대학의 에듀테크 활용과 시장 규모가 매우 열악하다. 대학이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도 지난 1월에는 에듀테크를 활용해 교육 혁신을 꾀하려는 두 행사가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아시아교육협회가 주관한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 : HTHT) 대학 컨소시엄 동계 교직원 역량 강화 직무연수’다. 이 연수에서는 ‘AI 교육 혁신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교직원 역량 강화’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발제와 논의를 진행했다.

다른 행사로는 한국대학IR협의회가 ‘대학 자율 성과관리 고도화를 위한 기업설명활동(IR : Investor Relations) 전문가 역량 개발’을 주제로 개최한 워크숍이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대학 구성원들이 데이터를 활용한 성과관리 방안과 과학적 의사결정을 논의했다. 특히 이 행사에서는 데이터 분석 도구인 타블로(Tableau)와 자모비(Jamovi)로 대학정보공시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등 참가자들에게 직관적인 의사결정 구현 가능성을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정부의 대학혁신 방향은 대학이 학과 간 벽을 허물어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나아가 소재지 산업과 연계해 지역사회의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산학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부가 대학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목적에 따라 산발적으로 추진하던 재정지원사업이 ‘글로컬대학30’과 지역혁신중심대학(RISE :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으로 통합됐다. 앞으로는 대학이 먼저 나서 지역과 협력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게 대학 구성원들의 역량이다. 교수자에게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 학습자를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AI 조교와 교수학습플랫폼을 제공할 것인가? 학내 의사결정자에게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해 정확하고 신속한 결정을 도울 수 있는가? 교수자와 학습자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효율적 시간 운용과 행복한 학교생활이 가능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가? 현재도 꾸준히 늘고 있는 해외 유학생·장애인에게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모두 대학 구성원들의 AI 활용과 데이터 분석을 돕는 에듀테크 활용 역량에 달려있다. 하지만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협회나 협의회 가입비를 납부하는 것조차 어렵고, 에듀테크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싶지만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에 선뜻 구매에 나서기 어려운 대학도 있다. 2030년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1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학습자의 형평성만큼 대학 간 형평성도 중요하다. 에듀테크에 대한 정부·대학 관계자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내 에듀테크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자리에 오르려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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