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택 한국기술교육대 홍보팀장

황의택 한국기술교육대 홍보팀장
황의택 한국기술교육대 홍보팀장

지난 겨울방학.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학생 2명이 홍보팀으로 보내온 ‘보이지 않는 영웅’이란 제목의 10장 분량의 포토에세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교내 미화원, 학생 식당 조리사, 시설 전기담당 직원의 일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인터뷰 내용을 에세이로 담은 것인데, 사진 실력도 대단했지만 글 내용도 감동적이었다.

작품 속 미화원은 “학생들이 수고하신다며 인사와 함께 따뜻한 음료를 건네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눈이 많이 오는 어느날, 교수님과 학생이 달려와 눈을 치워주셨는데 너무 감사했다”라는 일화도 소개했다. 시설팀 직원은 “사다리 작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사다리를 잡아주고 현장을 통제해줘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리사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을 배경으로 “졸업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학식을 먹을텐데, 최대한 맛있는 음식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썼다.

학생들은 이들이 며칠만 자리를 비워도 대학 구성원이 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고마운 ‘숨겨진 영웅’이라고 생각해 이번 포토 에세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교수, 학생, 직원 등 대학 구성원에게 끼니때마다 식사를 제공하고, 이른 새벽부터 교내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이들의 땀과 노력을 환하게 조명한 학생들의 착하고 순수한 마음. 소외된 아웃사이더(outsider)로 인식되는 신분임에도 일에 보람과 자긍심을 갖고, 학생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 직원들의 따뜻함. 둘 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소재는 전국 공중파 뉴스에도 모 대학에서 농성하는 미화원을 상대로 학생들이 소송을 건 사례에 빗대어 훈훈한 미담으로 소개됐다.

보이지 않은 영웅은 없다.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우리 곁에 영웅은 넘쳐날 것이다. 학생들은 직원들을 영웅으로 표현했지만, 직원들은 자신의 꾸밈없는 모습과 마음을 작품으로 담아준 학생들을 ‘착한 영웅’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이병률 시인은 ‘사람이 온다’라는 시에서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비바람을 막아주거나 허망한 마음을 보듬어주거나 시린 손을 따듯하게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자기 힘’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상황이나 문제는 언제든 발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용기를 내어 손을 내미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더욱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내가 문을 닫아줄 사람은 누가 있는지 살피고 다가가서 공감하고 어루만져 준다면, 위 학생과 직원들처럼 서로에게 비로소 소중한 영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찾아온다. 사람이 오도록 하려면 포용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근 3년간 대학사회도 대인 간 실질적인 접촉이 없다보니, 배려심이나 공동체 정신이 취약해진 게 사실이다. 대학문화는 긴 터널을 지나 지난해 봄부터 대면 수업과 각종 행사와 입학식 등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대학을 둘러싼 교육제도가 복잡해지고 환경도 어려워지고 있지만 학생과 직원, 교수 등 서로가 서로에게 영웅이 되는 이야기가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누구든 상대방에게 ‘문을 닫아줄 사람’이 될 수 있다. 영웅이 많아질수록, 언 나뭇가지같은 힘겨움은 줄어들고 보람과 긍정의 마음이 봄꽃처럼 빛나게 싹을 틔울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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