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신학기가 시작됐다. 현재 대학가 최대 현안은 ‘의대생 동맹휴학’ 문제다. 전국적으로 의대생 동맹휴학 움직임이 있었던 16일부터 25일까지 실제로 휴학을 신청한 자는 1만 2527명으로 집계됐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전체 의대생 수는 총 1만 8793명이었으니 67%의 학생이 휴학계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낸 휴학계에 교수 서명이 없어 학사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수업 거부가 길어지면 대거 유급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동맹휴학의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의대생 증원을 둘러싼 의정대립의 끝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7일 있었던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필수조건’으로서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임을 재차 천명했다. 의협은 ‘의대 증원 절대 수용 불가’를 내세우며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무효화하고 원점부터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2월 29일까지 전공의들에게 의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곤 있지만 전공의들은 묵묵부답이다.

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2월 26일 오후 기준 99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80.6%인 9909명이 사직서를 냈고 8939명이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 간의 대립 구도가 조만간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의대 증원을 위한 정부의 행정 절차는 속속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 2월 22일 전국 40개 대학에 3월 4일까지 의대 증원 신청을 받는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가 신청연기를 요청했지만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의정대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시점에 2024학년도 의대 신입생들이 대거 들어온다. 먼저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대학마다 사정이야 다르지만 당분간 정상 교육은 어려울 듯하다. 일부에서는 이들도 동맹휴학 대열에 참가시키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의협은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교육의 질적 하락’을 들고 있다. 한꺼번에 의대 정원을 늘리면 교수는 물론 교육 시설, 인프라 등이 부족해 교육의 질적 하락은 필연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중시하는 의협 입장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은 정면으로 배치된다. 동맹휴학은 교육을 거부하는 행위로서 교육의 질 하락을 유발시키는 커다란 요인이 되며 해당 학생들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 의대생들은 전공의가 벌인 파업에 호응해 함께 동맹휴업을 전개했다. 당시 동맹휴업에 참가한 학생들 가운데는 교육기회를 상실해 이듬해 의사 국가고시에 떨어져 의사면허 취득이 늦어진 경우도 발생했다.

2020년 의사 파업에도 의대생들이 적극 나섰다. 당시 의대생들은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고,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도 거부한 바 있다. 그 결과 같은 해 9월 치러진 제85회 국가시험 실기시험에는 전체의 14%에 달하는 약 2700명이 접수하지 않았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하며 시험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는 사태로 번졌다. 아직도 그 영향이 당시 학생들에게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 의정대립에서 의료계는 불패신화를 써내려 왔다. 의대생들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데 큰 힘을 보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들까지 동원된 의사 파업이 결국에 가서는 학생에게 큰 피해로 돌아가고 있음을 그동안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2024년 의사 파업 사태를 맞이해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이라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내놨다. 정부와 대학은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제대로 형식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정대립 구도는 4월 총선과 연계돼 더욱 복잡한 고차방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만큼 변수가 많아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움직임은 여전하다. 앞으로 의료인력 수급은 물론 의료체계 정상화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의료계 모두 지금 상황에서 한발 물러서 현실을 직관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3차례 의료파동을 겪고 4번째가 되는 이번에 또다시 과거 일을 반복한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일단 학생들만이라도 교육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런 후에 교육의 질을 따지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