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호 한국전자출판학회 부회장

이은호 한국전자출판학회 부회장
이은호 한국전자출판학회 부회장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정보를 습득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교육산업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2023년의 글로벌 교육산업 시장 규모는 약 3조 40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교재, 학습 소프트웨어, 온라인 앱 등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 매출이 포함돼 있다. 출판 부문은 교육산업에서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매출 비중별로는 단행본 도서가 약 60%, 전문 도서와 교육 도서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 도서 매출이 월등하게 높은 국가는 미국이며 그 뒤를 영국, 독일,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일본, 브라질, 네덜란드 등이 뒤따르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미국의 교육산업과 대학교재 시장에 대해 살펴보고 국내 대학교재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저출산의 늪에 빠진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세계 최대 출판시장인 미국의 인구수는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연방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이 최근 공개한 <2023 인구 추정 보고서(Vintage 2023 population estimates)>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지난 1년 동안 약 160만 명 이상이 증가했는데 이는 ‘사망률 감소’와 ‘이민자 증가’의 영향이라고 한다. 대학생 수 역시 향후 5년 동안 약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교육 도서 시장 규모 및 대학교재의 점유율(2013~2022년), (출처= WordsRated, “College textbook sales revenue by year”, “Share of college textbook revenue in educational revenue” 재편집), (단위: 억 달러,%)
미국 교육 도서 시장 규모 및 대학교재의 점유율(2013~2022년), (출처= WordsRated, “College textbook sales revenue by year”, “Share of college textbook revenue in educational revenue” 재편집), (단위: 억 달러,%)

출판 산업 데이터 분석기관인 워드레이티드(WordsRated)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기준으로 미국 출판 산업 매출은 2013년 이후 8.35%가 성장했다. 교육 도서 매출도 87억 9000만 달러 이상을 창출하며 전년 대비 9.5% 성장했다. 또 전체 출판 매출 중 교육 도서 매출도 31.9%를 차지하며 전년도보다 3.7% 증가했다. 그에 비해 대학교재 매출은 31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4% 감소했다. 펜데믹의 영향으로 매출이 올랐던 2020년을 제외하고 대학교재 매출은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10년 동안 대학교재가 교육 도서 부문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 왔지만 2019년부터는 preK-12(유치원부터 12학년) 매출이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즉, 2022년의 대학교재 판매량은 2013년보다 33.9% 감소했고 매출은 무려 16억 3000만 달러 이상이 줄었다.

미국에는 약 5300개 이상의 대학교가 있으며, 매년 190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그런데 왜 대학교재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대학교는 전 세계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싸다. 더불어 교재비용도 수년 동안 계속 인상되고 있어서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대학교재 신간의 평균 가격은 105.37달러라고 하는데, 이를 대학교재 매출로 추정해 보면 연간 약 2942만 부 이상이 판매된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생 1명당 한 학년 동안 교재와 학습자료로 지출하는 비용은 339달러에서 600달러 정도다. 그래서 학생들은 교재 구매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신간 대학교재는 2권 정도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중고서적이나 디지털 시장에서 구매한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생의 66% 정도는 교재비용이 너무 비싸서 구매는 물론이고 대여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 대학교재 가격은 매년 평균 6%씩 상승하고 11년마다 두 배씩 증가했는데 이는 물가 인상률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학교 등록금과 수수료도 지난 12년 동안 80% 이상 상승했다. 최근에는 대학교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온라인과 원격 교육을 늘리면서 디지털교재와 같은 대체 자료의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교재의 평균 가격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미국 대학교의 약 11% 정도는 학생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출판사와 포괄적 접속(inclusive access) 계약을 맺고 전자책과 디지털 학습 자료 구매를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이 비용은 등록금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학생 1명당 디지털교재 비용이 36.8%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교재비용은 줄어들고 있다. 전자책 가격이 평균적으로 종이책보다 약 31.9% 정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교육 도서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디지털교재, 학습자료, 교육솔루션 등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글로벌 디지털 교육출판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17%씩 성장해 2023년 157억 4000만 달러에서 29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디지털 교육출판에서 교재 매출은 매년 53억 달러 이상을 창출하며 2027년에는 113억 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디지털교재는 하락하고 있는 대학교재 산업의 새로운 성장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교재 매출 현황 및 전망(2019~2027년), (출처:WordsRated, “Global digital textbook revenue”, February 2023), (단위: 십억 달러)
글로벌 디지털교재 매출 현황 및 전망(2019~2027년), (출처:WordsRated, “Global digital textbook revenue”, February 2023), (단위: 십억 달러)

참고로 미국 대학교재 시장에서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 출판사는 맥그로힐(McGraw-Hill), 피어슨(Pearson), 센게이지(Cengage)인데 이들 역시 교재 대여 서비스의 부상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디지털교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어슨은 현재 매출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교재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1년에는 교재 매출이 14% 감소했지만 온라인 학습은 14% 증가했고 가상학교(virtual school) 등록생수는 41%가 증가했다. 맥그로힐 역시 2019년부터 디지털교재 판매가 교재 판매를 넘어섰다고 한다. 센게이지도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했으며, 디지털 매출이 종이 도서 판매 감소에 따른 매출을 상쇄했다고 한다.

국내 대학교재 시장 현황은 어떠한가? 대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고, 불경기로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비싼 교재를 구매하는 대신 불법 스캔이 성행하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발표한 <2024 저작권보호 연차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불법 복제물의 이용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응답자의 61.9%는 불법 스캔본 교재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펜데믹 이후 교육 방식과 교육 환경이 디지털로 급변하면서 대학교재 출판사들은 큰 위기에 처해있다. 일부 대학교재 단체와 출판사들은 종이교재에서 벗어나 MZ세대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교육 매체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학지사의 ‘캠퍼스북(Campus Book)’, 한국대학출판협회와 연계한 ‘스콘북카페’ 등과 같은 대학교재 전자책 구독 서비스들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되는 구조이며, 주교재의 사용 비중도 높지 않아서 실효성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요소다.

미국의 디지털교재 상황처럼 국내도 정부, 학교, 출판사가 연계해 학생들에게 교재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더 나아가 단순하게 디지털교재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자와 학습자가 상호 소통하며 체험할 수 있는 교재 플랫폼 제공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학교재 시장이 성장하고, 불법 스캔 건수도 줄어들며, 학생들도 보다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인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인성을 가르치는 활동인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대와 환경에 맞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자세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대학 정책과 환경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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