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

로컬(local)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로컬 트렌드는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시골에서 지내는 오도이촌(五都二村)의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고 코로나19 이후 해외가 아닌 국내 로컬 콘텐츠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더욱 각광받고 있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 특성을 소재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가 낙후된 지역에 역동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이 범용화되면서 로컬의 오프라인 콘텐츠와 상품이 온라인을 통해 효율적으로 연결되는 하이퍼 로컬(hyper-local) 현상이 로컬 트렌드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지역 인구 개념의 무게추의 변화는 로컬의 역동성과 유동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역은 사람들이 정주(定住)하는 ‘고정된 지역’에서 이제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다채롭게 어우러지는 ‘유연한 지역’으로 그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인구 정의에 있어서 상주지를 기준으로 한 ‘정주인구’보다 ‘생활인구’와 같은 개념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생활인구란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정기 교류 등 지역을 방문해 일시적으로 생활하거나 체류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인구 개념이다. 지역의 정주인구가 줄더라도 생활인구가 늘어나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활기찬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MZ세대에게 서핑의 성지가 된 강원도 양양은 정주인구보다 생활인구가 크게 늘면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로컬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는 주인공은 누구일까? SNS의 시대에 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점포인 시그니처 스토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앵커스토어라고도 하는데 이는 특정 지역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생시킨다. 양양이 서핑의 성지가 된 이면에는 ‘서피비치’라는 시그니처 스토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양양 해변에 자리잡은 서피비치가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MZ 서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지역을 대표하는 강소 브랜드나 로컬 상점이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으면서 작은 지역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은 경우가 많다. 춘천의 감자빵이나 경북 칠곡 왜관의 로컬 햄버거 가게 등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서 힘을 잃어가던 지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역 창업자이자 기획자인 로컬 크리에이터는 로컬 자원을 재해석하고, 지방 콘텐츠를 발굴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한다. 인천의 ‘개항로 프로젝트’는 쇠락을 길을 걷던 구 도심거리에서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해 수십 개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들을 만들어 냈다. 부산 영도의 알티비피얼라이언스(RTBP ALLIANCE)도 활력을 잃어가던 영도의 건물, 부둣가 등을 개조해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여가·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글로우서울은 언덕 지형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아 노후 건축물 비율이 90%에 달했던 서울 창신동의 골목 구석구석을 매력이 넘치는 공간들로 채우며 각광을 받았다.

로컬의 힘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건물들을 물리적으로 ‘짓는’ 것에만 골몰해서는 안 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을 서로 ‘잇는’ 일이다. 지역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입히고 민간, 기업, 정부가 서로 연결돼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들도 2023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 콘텐츠 중점대학 사업’을 통해 로컬 트렌드에 적극 합류하고 있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지역 가치 기반의 창업가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면서 지역의 로컬 브랜드 도약을 돕고, 지역 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렇듯 다양성과 창의성으로 무장하고 지역에 고유한 개성과 트렌디한 매력을 불어넣는 로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학을 포함한 민관산학 등 여러 주체의 협업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통해 쇠락해가는 지역에 힘을 불어넣고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모든 이들이 로컬의 다채로운 매력을 함께 향유하고 즐기는 풍요로운 미래를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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