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수학·영어· 정보· 국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2028년까지 단계적 확대 적용
전문가들, 안전한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 위해 ‘학생 민감 정보 보호 문제’ 우려 해결해야
사교육 시장에서 AI 코스웨어, 기존 교사와의 상호작용 대체하기 어려워…역할 제한적

창원중 학생들이 인공지능 앱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에듀테크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창원중 제공)
학생들이 인공지능 앱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2022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2025년부터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등의 과목으로 확대 적용되는 가운데 학생 개인정보와 사생활, 데이터 보호 중심으로 한 국제 가이드라인 기반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전문가들은 학생의 민감 정보가 포함될 수 있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사생활 보호, 보안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지적하며, 학생의 개인정보·데이터 보호 방안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AI 디지털교과서, 2025년부터 일부 교과 도입…맞춤형 학습 기회 지원 =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다양해진 교육 방식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 등 첨단 기술로 인해 학생의 역량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 교육 실현을 위한 디지털 기술 여건이 조성됐다.

이에 교육부는 2023년 6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안)’을 통해 2022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2025년부터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를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등의 과목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자료, 학습지원 기능 등을 탑재한 교과서로 정의된다. AI에 의한 학습 진단과 분석, 개인별 학습 수준과 속도를 반영한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일반인들이 지금까지 경험해 온 학습자료 중심의 교과서가 아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학습 관리 시스템’으로 학습 진단과 분석, 수업 설계와 맞춤 저장 지원 등을 위한 학생의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민간 발행사가 각 교과의 특성과 AI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서비스 제공자로서 인프라 운영 및 고객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기존 ePub 서비스 방식이 아니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등 범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클라우스(SaaS) 기반의 웹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진행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 발표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함께 소통해 만들고 활용할 때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된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인간적 성장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수업을 디자인하는 교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AI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구조(안). (자료=교육부)
AI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구조(안). (자료=교육부)

■ “학생 민감 정보 보안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부족…국제 지침 부합하는 수준 높은 교과서 지향해야” = 학생별 학습 수준과 속도에 맞는 배움으로 학습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AI 디지털교과서.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생 개인정보와 사생활, 데이터 보호 부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학생을 위한 안전한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진행한 NARS 연속 간담회에서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서비스에 포함된 정보 가운데 학습 태도, 관심사, 선호도, 학습활동 상태, 학업 정서 등의 분석은 교육 환경에서 사람의 감정을 추론하는 AI 시스템을 작동하는 것으로, EU ‘인공지능법’에서는 고위험(high-risk)으로 분류되는 민감 정보”라며 “학생의 민감 정보가 포함될 수 있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사생활 보호 및 보안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부족하고, 이에 관한 논의가 정책 당국에서 심도있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아동의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의 측면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U의 ‘인공지능법(Artificial Intelligence Act)’에 따르면, 교육에서 활용되는 AI 시스템을 고위험(high-risk AI system)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사람의 감정 추론에 사용하는 경우 더욱 엄격한 제한이 적용된다. 교육에서 활용되는 AI 시스템은 입학 또는 입학을 결정하거나 교육 또는 훈련 기관에 사람을 배정하는 데 사용되며, 학습 결과를 평가하거나 개인이 받을 또는 받을 수 있는 적절한 교육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AI 시스템을 말한다.

UN의 디지털 환경 관련 아동권리에 대한 일반논평 제25호에서도 “아동의 정보를 처리하는 모든 조직과 환경에서 아동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입법, 행정, 그 밖의 기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입법에는 강력한 정보 보호장치, 정보처리의 투명성, 독립적인 감독 및 구제책의 접근 방법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시돼 있다.

정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 개발과 적용에 있어 유엔아동권리협약 일반논평 25호에서 규정한 학생의 개인정보, 사생활 및 데이터 보호를 포함한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깊이 있는 사회적 숙의 및 입법과 규제 감독 등의 조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시 학습 결과물 중 꼭 필요한 부분만 데이터로 저장하도록 하는 등 ‘안전 중심 설계’, ‘개인정보 보호 설계’를 통해 국제 지침에 부합하는 수준 높은 교과서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인터넷 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영국 내 비영리기관인 ‘인터넷 매터스’는 ‘교육과 생성형 AI: 인공지능에 대한 아동과 부모 관점’ 보고서를 통해 “학교와 가정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교육부 지침이 부족해 학습과 공부에서 AI의 미래가 어둡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AI의 잠재력과 미래 영향 등이 아닌 학습 효율성을 개선하고 업무량을 줄일 수 있는 지엽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학교가 생성형 AI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해야 하는지, 그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위한 국가 지침이 사실상 부재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정부가 AI 교과서 도입에 앞서 학교에 더 많은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고, 잠재적 이점과 한계에 대한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AI 교과서 도입에 학생, 학부모, 학교 관계자, 교사 등 학습 주체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현장에 반영할 필요성도 있다. 특히 교실에서 AI의 적절한 사용, 시험지 채점 및 기타 용도에 대한 명확한 경계를 포함해야 하며, AI 활용에 있어 AI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나 주요 문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진행한 ‘학생을 위한 안전한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의 쟁점과 과제’ 주제 NARS 연속 간담회 현장. (사진=국회입법조사처 제공)

■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차이, 학습 격차로 이어져…성장 저해 우려 목소리도 = 현장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차이가 학습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주정흔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원은 “연구에 의하면, 기초학습부진 학생은 기기에 대한 호기심과 소유 욕구로 시작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했으며, 규칙적인 자기주도학습 습관이 형성된 학생들은 꾸준한 활용 모습을 보이며 자기주도학습용 도구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이처럼 학습능력의 차이가 활용의 차이로 연결되고, 학습격차 심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연구원은 “AI 코스웨어가 사교육 시장에서 자가용(自家用)으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기존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며 “최근 교사의 개입을 넣어 설계된 AI 코스웨어가 개발되고 있지만 교사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며, 코스웨어 그 의미대로 수업형식을 매우 협소하게 제한하다. 상호작용의 도구가 아니므로 활용의 목적을 분명히 해 선택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마트폰은 아이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 기기에 노출되면 뇌 발달이 덜 되고 주의력 결핍 장애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 태블릿PC 사용량 증가로 인한 거북목, 척추 건강 악영향과 장시간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시력 저하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2007년 도입된 디지털교과서 활용 선례를 들어 학생 통제와 학생 수업 집중도 저하 문제도 지적했다. 학생 태블릿 사용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긴 하나 사용이 어려워 학생들이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서 무얼 보고 있는지 통제가 어렵고, 학생별 이해수준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라 교사 혼자 많은 학생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선진국은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는 전통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스웨덴은 종이책을 활용한 수업을 확대하기 위해 각 학교의 도서 구입 비용으로 한화 823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4년과 2025년에도 매년 5억원씩 추가로 들여 교과서 반환을 앞당길 예정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등은 모바일 기기를 교실에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김봉섭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기존 질서와 갈등 및 충돌의 순환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디지털 심화에 따라 공감의 저하, 산만, 고독, 양극화, 관계 단절 등 부작용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포용’의 가치를 포함한 디지털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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