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1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통합형 수능 도입과 함께 융합선택 과목의 절대평가, 고교 교실을 황폐화시키는 내신 9등급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의 입시 판도를 흔들고 있지만 수시와 정시를 기본으로 하는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대학이 학생을 선택하는 시대에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모든 대학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미 입시가 전쟁이 된 대학이 많다. 요즈음 대학가에는 3(학령인구), 3(성인자원), 3(유학생) 전법이 유행이다. 학령기 학생 확보가 어려워지자 유학생과 성인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의 고육책이다.

현행 수시와 정시로 구분된 대입제도는 1997년도부터 시작됐다. 원래 수시 전형 도입 초기에는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 응시할 수 있었지만 2013학년부터 수시 6번으로 제한됐고, 정시 3번 합해 총 9번의 응시 기회가 주어졌다.

수시 응시 횟수를 무제한에서 5~6회로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지방대학들은 지원자 감소를 우려해 반대했고, 학생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반대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경비 과다 지출 문제와 중복지원으로 인한 ‘수시 과열 현상’이 잦아들지 않자 횟수 제한론에 힘이 실리게 됐다.

그러나 횟수를 조정했음에도 합격생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여전히 나타났다. 여러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이 늘어나면서 최종등록일에 등록 포기자가 많이 발생했다. 이른바 ‘허수’라고 불리는 이들 때문에 경쟁률은 높지만 학생 확보에 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초래되는 대학 행정력 낭비는 고스란히 대학의 몫이 됐다. 그래도 대학은 학생 선점 차원에서 수시전형 비율을 늘리고 있다.

올해 입시에서 수시전형 비율은 79.0%였다. 수도권 경우 수시비율이 64.4%, 비수도권은 88.1%로 비수도권이 월등히 높다. 선발인원 10명 중 9명가량을 수시로 뽑는 것이다. 2000년 도입 당시 정시 96.4%, 수시 3.4%를 생각해본다면 정시 수시 비율이 완전 역전됐다.

수시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일단 대학이 정시보다 수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위주 전형보다 수험생을 다각도로 볼 수 있고, 우수 학생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선점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경쟁력이 약한 대학에게 수시 전형은 학생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입도선매(立稻先買)’라고 할까. 많은 대학에서 학령기 수험생 조기 확보를 위해 수시모집 인원을 늘려왔다. 현행 수시, 정시, 추가모집은 물고기를 낚기 위해 겹겹이 펼친 그물망을 연상시킨다. 수시에 확보하지 못한 인원은 정시로 이월해 모집하고, 이마저도 안 되면 추가모집으로 넘어간다.

이 기간에 수험생의 연쇄이동이 일어난다. 채워놓으면 빠져나가고 또 채워놓으면 빠져나가는 일이 2월 28일 자정 직전까지 반복된다. 이때가 되면 일부 대학은 합격생을 빼가려는(?) 이웃 대학과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대학인들의 분투가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나마 충분한 실탄(예비 합격생)을 확보하고 있는 대학은 여유롭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은 하루하루가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2024년 2월 대학가 풍경이다.

서열화된 대학 구조에서 수험생들의 이동은 일부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지만 충원이 불가능한 하위권 대학에게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수시, 정시, 추가모집 매 단계에서 벌어지는 합격생의 연쇄 이동으로 하위권 대학은 망연자실 그 자체다.

현행 입시제도하에서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다. 대학 차원에서 보면 엄청난 행정력 낭비요, 기회비용 상실이다. 수시, 정시를 기본구조로 하는 현행 입시제도는 수험생 100만 명에 가까운 시대에 만들어졌다. 50만 명도 안 되는 시기 이에 걸맞은 대입제도를 다시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2040년대에 들어서면 반수 이상의 대학이 사라진다는 데 이제부터라도 미래를 내다보는 입장에서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우리 모두 중지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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