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규도 석좌교수.
고 이규도 석좌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가 “너는 내 학생”이라고 콕 집어 제자로 삼은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이규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13일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이대 음대 성악과에서 국내 오페라의 대모 김자경 교수에게 사사하고 1962년 동아콩쿠르에서 벨리니의 노르마 중 Casta Diva(정결한 여신)를 불러 성악 부문은 물론 전체 대상을 받았다. 줄리아드 음대 (A.O.C)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뒤 칼라스 오디션에서 부른 노래도 이 곡이었다.

1974년 디트로이트 오페라단에서 '나비부인' 주역을 맡았다. 1971년 오페라 ‘라보엠’의 미미 역으로 이미 뉴욕에서 데뷔했지만 ‘나비부인’의 이미지 때문에 ‘마담 버터플라이’와 거의 동의어가 됐다. 세계적 성악콩쿠르인 나비부인 국제 콩쿠르, 프랑스 앙쥬 국제 콩쿠르, 베르비에르 국제 콩쿠르, 빌바오 국제 콩쿠르 등에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받았다.

김자경 교수가 1974년 육영수 여사 국민장 때 ‘추모의 노래’를 부를 성악가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딱 한 사람”으로 추천한 이가 이 교수다. 육 여사 영결식장은 이 교수의 추모의 노래로 눈물바다가 됐다.

1985년 남북예술단 상호방문 때 평양에 간 이 교수는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다. 곡에는 “비로봉 그 봉우리 짓밟힌 자리” “아름다운 산 더럽힌 지 몇몇 해”같은 북측이 펄쩍 뛸 가사도 포함됐다. 이 교수는 6.25 때 평안남도에서 부친을 따라 월남한 실향민이다.

이대 교수 재직중에는 가장 인기있는 강좌로 정평이나 많은 학생들이 가르침을 받고자 줄을 서기도 했다. 제자들과 ‘프리마돈나여성합창단’을 조직해 일흔이 넘어까지 미국과 러시아 등 국내외 무대에 올랐다. FM에서는 요즘도 이 교수가 오래 전 녹음한 ‘동심초’같은 예술가곡이 흐른다. ‘옛날은 가고 없어도’는 듣고 또 들어도 절창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1년 전까지도 서울사이버대 석좌교수로 온라인 성악교육을 개척하며 성인학습자, 주부들, 직장인 등 음악과 성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레슨에 열정을 쏟았다. 이 교수의 마스터 클래스는 늘 만원이었다. 세계적 권위의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콘소바토리(Conservatory) 사상 외국인으로 최초의 명예음악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수상했으며, 예술원 회원이다.

남편 고(故) 박정윤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콘소바토리(Conservatory)에서 수학한 한양대 음대 피아니스트로 라흐마니노프 전문가. 2014년 별세했다. 유족은 아들 박상범 씨.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특실에 마련됐다. (조문은 15일 오전부터 가능). 발인은 18일(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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