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레망 마르탱 지음 《새로 쓴 프랑스 혁명사》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저자 장 클레망 마르탱은 영어권의 연구 성과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문헌을 바탕으로 《새로 쓴 프랑스 혁명사》를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770년부터 1802년까지 시기를 네 가지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나눠서 재해석하자고 제안한다.

먼저 ‘위에서 시작된 혁명’은 루이 15세가 시작하고 루이 16세가 어설프게 이어받았으나 1789년의 ‘바스티유 정복’으로 알려진 대담한 정변으로 실패했다. 그때 프랑스인 거의 전체가 기다리던 혁명적 재생이 시작됐다. 그다음으로 1792년에 자코뱅파가 주도한 ‘진정한 혁명’이 시작됐다. 자코뱅파는 열정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추구했지만 통제할 수 없는 폭력을 자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로베스피에르를 제거한 후 다양한 정치 세력들의 경쟁이 제도적 안정을 방해했고, 결국 카리스마 넘치는 장군이 국가를 장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수많은 사건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프랑스는 근대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장 클레망 마르탱은 이 시기에 일어난 프랑스 국내외의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마치 장편 역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솜씨 좋게 다뤘다.

저자 장 클레망 마르탱은 20세기 후반의 대표적 혁명사가인 알베르 소불의 계급사관을 거부한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은 부르주아 계층이 일으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계층이 혁명의 산물이라는 견해도 여전히 논증해야 할 일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물론 소불을 위시한 앞 세대 역사가들의 탁월한 연구 성과는 충분히 인정하고 계승하지만, 지나치게 중장기적 관점으로 혁명기를 재단하거나 특히 정치사상을 우위에 두는 방법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한마디로 저자는 아날학파의 세례를 받은 ‘역사 수정주의’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0여 년간 숱한 ‘사건’을 중심으로 프랑스 혁명기를 왕성하게 연구해온 저자는 영어권의 최근 연구 성과까지를 포괄하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올바른 역사관의 정립과 서술 태도가 중요함을 역설한다.

200년도 훨씬 더 지난 과거의 역사적 대사건에 우리가 여전히 관심을 갖고 계속 더 깊은 연구를 해나가야 하는 이유는 저자의 말처럼 “오늘날의 지적 발전과 정치적 토론에 참여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를 써나가는 주체인 개인과 집단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더없이 좋은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문책/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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