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디지털 시대 교육기회 균등’ 4회차 간담회 개최
계보경 KERIS 부장, 김자영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등 발제
디지털 교육혁신을 위한 교사·학생 역량 강화, 교육 방법 등 논의

계보경 한국교육학술정보원 AI디지털교과서기획부장이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이 21일 개최한 ‘NARS 연속 간담회: 디지털 시대 교육기회 균등’ 4회차 간담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은 전통적인 교실 환경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맞춤화된 교육이 가능하고,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도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교실에 무엇을 구현하고 구현하지 않을지는 교사가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AI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교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그리고 학생의 디지털 역량은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은 21일 디지털 시대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적·정책적 과제를 모색하고자 2월 22일부터 국회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NARS 연속 간담회: 디지털 시대 교육기회 균등’ 4회차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주제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위한 교원과 학생의 역량’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발제자로 계보경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부장과 김자영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 “AI, 교사의 본질적 역할 대체할 수 없어…오케스트레이션 역량 갖춰야” = 계보경 한국교육학술정보원 AI디지털교과서기획부장은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위한 교원의 역량’ 발표를 통해 “교사가 AI 기반 교육 프로그램의 기능과 한계, 교실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개별 학생들의 특성에 근거해 보다 깊이 있는 학습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며 “AI 기술을 수업에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이와 동시에 그 한계와 윤리적 고려사항을 인식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교실 오케스트레이션(Classroom orchestration)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계 부장에 따르면 의사가 검사 장비들을 통해 환자 진단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고, 약이나 주사제를 활용한다고 해도 의사의 오랜 임상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정확한 진단·처방 없이는 적절한 치료행위가 이뤄질 수 없다. 이와 같은 이치로 AI가 학생들의 수준을 측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진단하며 필요한 안내와 인지적 학습을 제공하는 유용한 도움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학생들에 대한 통찰·공감·유대 등과 같이 교사만이 할 수 있는 교수 전문성은 복제할 수 없다.

교사의 교육과 의사의 진단 프로세스는 필요를 이해하고, 목표를 설정한 후 해결하기 위한 정보수집·분석·계획수립·수업·진료의 실행·처방·결과 분석 등 체계적인 접근방식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유사성도 가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점은 의사는 병력 확인과 과학적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의 전문성을 더해 1대 1 처방을 내리는 반면, 교사는 진단 결과의 도움 없이 20~30명의 학생을 마주하고 수업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계 부장은 “이처럼 다양한 목적, 이해관계자, 자원, 활동 들이 함께하는 복합적인 환경인 교실에서 AI는 학교교육에서 교사가 채워온 본질적 역할은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교실에서의 기술 통합을 넘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교사가 스스로 전문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며 “행동을 실천하는 ‘티처 에이전시(Teacher Agency)’로서의 주도성을 확보해 진정한 가르치는 방식의 변화와 궁극적인 학생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계 부장은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익숙하게 접하며 자라고 있다고 해서 디지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학생들이 기술이 주는 기회를 활용하고 위험에 직면했을 때 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 지식, 기술,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촉진하는 데 있어서의 교사의 역할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 역량 개념체계 관련성 낮은 교과, 교육과정 재구성 필요” = 김자영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위한 학생의 역량’ 주제 발제를 통해 학생 디지털 역량과 ‘2022 개정 교육과정’ 관련성 분석을 통해 교육적 시사점을 도출하고, 디지털 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 설계를 제시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학생 디지털 역량과 2022 개정 교육과정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국어, 실과·기술·가정, 정보는 디지털 역량 개념체계를 상대적으로 높게 반영하고 있는 반면, 수학, 체육 교과의 경우 반영 정도가 낮았다. 또한 ‘정보·콘텐츠의 관리와 활용’ ‘디지털 기술의 이해와 활용’은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ʻ디지털 사회의 이해와 자아정체성 확립ʼ ʻ디지털 창작 및 향유ʼ는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위원은 “교과에 따라 디지털 역량 개념체계 관련성 정도에 대한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며 “디지털 역량 개념체계 관련성 정도가 낮은 교과의 경우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생이 디지털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교육과정 개정 시 관련 성취기준을 보강해야 한다. 또한 관련성이 낮게 나온 영역을 함양할 수 있도록 주제를 중심으로 교과를 통합해 수업하는 방식을 도입하거나 창의적 체험활동을 활용해 교과 성취기준에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역량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위원은 학생 디지털 역량 교육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역량과 국가 교육과정과의 보다 명시적인 연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디지털 기초소양을 강화해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따른 미래 사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디지털 역량 개념체계 및 지표를 구체화하고 이를 교과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로 포함해 디지털 역량과 교육과정과의 명시적인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김 위원은 원활한 디지털 역량 교육을 위한 교수·학습 및 평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디지털 역량 교육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환경을 전제로 하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ʻ매체 경험을 나눌 때에는 학습자가 교육적으로 적절한 매체 자료를 선정할 수 있도록 적절한 안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ʼ(국어과), ʻ디지털 교육 환경에서의 다양한 평가 방법을 탐색하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평가 방안을 마련한다ʼ(사회과)와 같이 디지털 역량과 관련된 교육에는 디지털 환경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과 함께 디지털 역량에 대한 교육, 디지털 역량을 기반으로 한 교수·학습 및 평가가 확산할 것임을 고려할 때 디지털 역량 교육에 적합한 교육 환경의 조성 여부를 기기 구비, 소프트웨어·콘텐츠, 네트워크 환경 등 의 측면에서 충실히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효과적인 디지털 역량 교육을 위해서는 교수·학습 자료 및 교과서의 개념과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디지털 역량 교육의 목표에 맞게 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지원하는 데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위원은 교사의 디지털 역량 함양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디지털 역량은 디지털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디지털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학습자에게 요구되는 디지털 역량의 개념체계도 계속해서 변화할 가능성이 높고,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개정 속도가 그런 사회적 요구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이런 시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수준 또는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이 강화될 수밖에 없으므로 교사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한 자발적인 학습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나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는 급변하는 디지털 역량 요소들을 교사가 수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서는 교원학습공동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지원, 각종 연수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지원, 전문성 있고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엄선된 교사용 연수 자료 및 교수학습 자료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