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용 울산과학대 교수

유상용 울산과학대 교수
유상용 울산과학대 교수

「마쓰다(増田)리포트」가 발표된 지 10년이 지났다. 「마쓰다리포트」의 주요내용은 2040년 20-39세 여성인구가 절반이 되고, 그 결과 896개 지자체가 ‘소멸가능성도시’가 된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지자체는 이주금을 지급해 지방인구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공동화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출산인구 감소와 도시집중화 현상으로 지방소도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역공동화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2023년 2월 일본정부는 디지털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동경 23구 대학정원억제정책을 2024년에 완화할 것을 발표했다. 디지털 학부 및 학과에 한정되며, IT인재가 부족한 현 시점에서 이공계열 300학부 신설과 정원증원지원사업을 진행하고,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단 정부에서 발표한 요건에는 다음 세 가지 단서조항이 있다. 첫 번째, 고도의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는 정보계열학부·학과 정원 증원, 두 번째, 일정기간 후에는 증원 전으로 돌릴 것, 세 번째 학생들의 지방기업 인턴십(취업체험) 필수가 그것이다. 지방기업 인턴십을 통한 취업연계라는 디지털인재의 지방회귀를 유도하는 단서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지방소재 대학은 청년인구가 지방에서 더 많이 이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일본의 지자체와 지방대학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은 없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해 지역의 청년인구를 확보하는 방업으로 신규대학설립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국제교양대학(国際教養大学, 아키타현소재)과 다케오아시아대학(武雄アジア大学, 다케오시소재)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교양대학의 특징은 ‘모든 교육을 영어로 진행’하며 1반에 16명을 넘지 않도록 강의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또, 모든 학생은 1년간 해외 대학(51개국 200개이상의 대학)에서 유학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국제교양대학에서는 해외에서 온 168명의 교환학생이 일본인 학생들과 같이 학습하며 글로벌캠퍼스를 지향하고있다. 국제교양대학은 교육과정 특성화로 신입생 충원과 졸업생의 취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규슈지역 다케오시와 아사히학원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다케오아시아대학(武雄アジア大学, 2026년 개교 예정)은 동아시아지역공창학부(東アジア地域共創学部)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용 30억엔 중 다케오시가 13억엔을 부담하고 ‘관광과 지역활성화 인재육성 코스’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기획력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코스’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다케오아시아대학 설립은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해당지역 학생의 80%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다케오시는 대학설립에 따른 경제적 효과로 개교 전부터 25년간 약 154억엔, 4년제과정이 완성된 후에는 매년 3300만엔의 세수를 예상하고 있다. 2024년에는 북해도, 센다이, 아이치, 고치에 위치한 전문대학 및 전문학교 4곳이 4년제로 신설돼 운영을 시작했는데 이 역시 지역의 청년인구 확보에 그 목적이 있다.

한편, 기존의 대학에서는 지역산업이해, 지역정주인력확보, 지역민과 지역의 발전을 목표로 교양과정 혹은 전공과정에서 ‘지역공창(지역공동창조의 줄임말)’ ‘지역공생’이라는 지역연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연계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이시노마키센슈대학(미야기현 소재)에서는 학생들이 지역 특산품에 해외의 수요를 반영한 제품을 지역 산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동훈 교수는 ‘지역의 특산물을 학생과 생산자 그리고 가공업체가 협력해 생산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매력을 재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인재 육성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대학과 지역경제단체가 같이 지역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며, 이는 대학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많은 대학들은 지역연계교육과정 운영에서 더 나아가 학생창업으로 지역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지방대학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사례로 NPO기관인 봉추학원(鳳雛塾)과 사가지역 대학, 지자체, 기업이 함께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다. 봉추학원은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창업인식교육 및 창업실무교육을 통해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지역 재래시장을 활용해 초등학생이 직접 상품을 기획, 판매하고 이 과정을 통해 지역 상품과 지역의 우수성 그리고 기업운영을 체험하는 교육을 비롯해 지역대학생 창업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사가은행은 스타트업 펀딩을 조성해 지역 창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봉추학원, 사가은행, 지자체의 지원으로 성공한 창업기업은 지역대학 및 지역에 지사를 설립해 후진양성을 지원한다. 이러한 순환체계를 통해 지속발전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25년간 지역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요코 토시후미(横尾敏史, 사가은행 지역지원부 부부장)는 지역대학 중심의 벤처기업지원의 의의에 대해 첫째로 대학의 학생 연구성과를 유효하게 활용해 창업을 촉진하고 미래에 지역을 짊어질 기업으로 성장·발전시켜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 둘째로 어릴 때부터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는교육을 실천해 도전정신이 충만한 인재와 지역 혁신을 일으키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 소재 대학들과 지자체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RISE시대를 대비하는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 보게 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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