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앞두고 원내정당 중 10대 공약에 전문대 관련 공약 포함한 정당 단 1곳뿐
전문대 ‘사정·현안’에 밝은 보좌진 거의 없어…담당 인력 이탈하면 입법 동력 잃기도
‘의과대학 증원, 글로컬대학 사업’ 감안하면 전문대 의제는 ‘이슈 파이팅’ 벌이기 어려워
“일반대와 전문대 모두 공통의 문제 겪는 상황, 전체 고등교육 그림 새로 그려야”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강성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교육 공약을 발표한 가운데, 전문대 의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정당은 1곳에 불과해 전문대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직업교육 역량 강화를 비롯한 청년 인구 유치·평생교육 등 전문대의 확대된 역할을 지원하는 내용도 반영되지 않아 전문대 현장의 목소리가 빠졌다는 후문이다. 또한 일반대 의제 대비 주목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어 전문대 의제가 공약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 원내정당 10곳 중 전문대 의제 반영한 정당 단 1곳뿐 =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10대 공약을 발표한 원내정당 중 전문대가 요구한 내용을 담은 공약을 발표한 정당은 녹색정의당 1곳뿐이었다. 녹색정의당은 일반대와 전문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문대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전문대 일반재정지원 확대’를 공약에 포함했다.

이외 원내정당 중 절반에 가까운 4곳(△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자유통일당 △조국혁신당)은 일반대와 전문대 모두 해당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새로운미래·개혁신당 등 2개 정당은 일반대 관련 정책만 제시했으며, 더불어민주연합·국민의미래·진보당 등 3개 정당은 대학 관련 공약을 선보이지 않았다.

비수도권 소재 A전문대 기획처장은 지난해 발의됐으나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직업교육법’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직업교육법은 전문대가 수행하는 직업교육의 개념을 정확히 명시하고, 중장기 교육계획을 수립해 그에 맞는 목표·재정지원 근거를 수립하는 법안이다. 직업교육법은 지난해 3월에 발의됐지만, 같은 해 5월 교육위원회 제1차 전체 회의 이후 입법을 위한 논의가 더 이뤄지지 못했다.

A전문대 기획처장은 “이번 총선에서는 일반대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공약도 등장했지만, 전문대의 경우 기존 역할조차 고려한 공약은 없다”라며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직업교육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전문대 관련 공약이 없는 정당들을 보며 기대를 접었다”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전문대에 재학 중인 김명선(21) 씨는 선거를 앞두고 전문대 학생들이 소외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대가 있는 대학가에서만 선거 유세를 펼치는 게 의아해 공약을 살펴보니, 전문대 관련 공약이 좀처럼 없어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김 씨는 “기숙사와 국가장학금 확대 공약이 눈에 띄지만, 일반대와 함께하는 내용이다. 취업·사회 진출 등 전문대 학생들의 고민을 담은 정당은 없는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 청년 인구 유치·평생교육…“전문대의 확장된 역할 반영할 공약 필요” = 전문대 관계자들은 각 정당이 전문대의 확대된 역할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대가 산업 인재를 배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인구 정주·지역 주민 대상 평생교육 등을 실현해 기여하는 바가 커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를 장려할 공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애 송곡대 미래전략본부장은 전문대가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을 지원할 공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부족한 청년 인구와 평생교육 인프라를 전문대에서 채워주기 때문에, 이를 정책적으로 돕는다면 전문대와 지역이 상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박정애 본부장은 “전문대는 국내외의 학생을 유치해 청년 인구를 유치하고, 이들을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로 양성해 정주에 기여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요구하는 평생교육 체계를 마련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라며 “지역 소멸 문제가 심화된 상황에서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이러한 전문대의 역할을 담은 공약을 만드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소재 B전문대 관계자는 전문대가 교육 혁신 요구에 부합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문대가 일반대처럼 글로컬대학 사업에 참여해 경쟁하는 등 혁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전문대를 지원할 근거가 될 법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B전문대 관계자는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교육 혁신보다는 재정 확보를 위해 수주한 국가재정지원사업 수행이 우선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전문대는 2주기 혁신지원사업과 3단계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 사업(LINC 3.0) 등 다수의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한다. 재정지원 사업 참여는 재정 확충에 도움을 주지만, 사업 수행에 급급해 대학 혁신 계획에 소홀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B전문대 관계자는 전문대의 경쟁력 확보를 요구하는 곳은 많지만 이를 위한 지원책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컬대학 사업만 하더라도 일반대와 전문대가 같은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교육부는 전문대도 역량을 강화하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고등교육법 같은 법안이 없는 전문대가 비슷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건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문대교협은 이러한 전문대 교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제22대 총선 정책 아젠다’를 발표했다. 이들은 전국 전문대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이를 의제화해 지난달 초에 각 주요 정당에 전달한 바 있다. 주요 정책 의제로는 △평생직업교육 지역혁신체계 강화 △직업교육 기반 유학생 지원 정주 지원체계 강화 △지역혁신 주체로서 전문대 역할 확대 등 3가지가 제시됐다. 특히 지난해 이후 동력을 잃은 직업교육법을 비롯해 그간 전문대 교원들이 요구한 바가 다수 포함됐다.

교육기본법상 교육별 세부사항 일람표. 직업교육은 다른 교육 과정과 달리 하위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현재까지도 공백인 상황이다. 전문대 교원들은 공백을 채울 의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이번 총선에서 이를 반영한 정책을 제시한 정당은 없었다. (사진=
교육기본법상 교육별 세부사항 일람표의 모습. 직업교육은 다른 교육 과정과 달리 하위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현재까지도 공백인 상황이다. 전문대 교원들은 공백을 채울 의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이번 총선에서 이를 반영한 정책을 제시한 정당은 없었다. (사진=한국직업능력연구원)

■ 정당 내 공약화 인력 부족…“고등교육 전반으로 의제 확장해야” = 한 원내정당 관계자는 이러한 전문대 관계자들의 요구를 알지만, 이를 공약으로 만들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반대 의제는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 공약화하지만 전문대 의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당에서 찾는 게 어렵다는 얘기였다.

이 관계자는 “정당 공약을 자문하는 이들도 대부분 일반대 교수다.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전문대 교수나 보직자였던 이를 찾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비수도권의 경우 전문대의 역할이 크지만 이를 감안해 전문대의 목소리를 담으려 하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라며 전문대 공약이 부족한 이유를 설명했다.

여당 관계자는 전문대 관련 의제가 선거를 앞두고 ‘이슈 파이팅’을 벌이기 유리한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공약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가 꼽은 이번 총선의 교육 분야 주요 의제는 의과대학 증원과 글로컬대학 사업이었다. 즉, 두 가지 이슈 대비 전문대 관련 의제는 주목도가 떨어져 이를 공약으로 앞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업교육법 입법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인력 공백이 전문대 의제 입법의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업교육법 또한 담당 인력이 이탈하며 추진력을 잃었다고도 했다.

그는 전문대 정책의 경우 일반대와 달리 담당자가 이탈할 때마다 입법에 차질이 생긴다고 전했다. 동료 의원실에도 일반대 의제를 잘 아는 보좌진들은 많지만, 전문대의 사정과 현안을 잘 아는 이들은 적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일반대에 비해 전문대 의제에 관심을 가진 보좌진은 늘 적다. 담당 보좌진 한두 명만 이탈하면 바로 입법 동력을 잃게 된다”라고 말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전문대 의제 공약화를 위해 고등교육 전반의 위기를 먼저 해결할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일반대와 전문대가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요인으로는 학령 인구 감소·재정 위기라는 공통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임은희 연구원은 “고등교육이 직면한 문제가 전문대나 특정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등록금 감소에 따른 재정 위기는 사립 전문대·일반대 모두에게 큰 문제”라며 “일반대와 전문대가 맞이한 위기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정책·공약을 요구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논의에 참여할 것이다. 전체 고등교육 그림을 그리고, 전문대는 무슨 역할을 할지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전문대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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