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섭 본지 논설위원·연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가 끝났지만, 제대로 된 국정감사 관련 뉴스는 접하기 힘들었다. 특히 교과위의 국정감사는 파행을 거듭했다. 지난 7일 있었던 교과부의 과학기술분야 국감, 8일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 9일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 이어 12일에도 국정감사는 파행을 거듭했다.

주된 이유는 정운찬 총리의 증인 채택문제였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해 여야 위원들은 피감기관에 대해 제대로 질의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과위 국감이 아니라 총리국감’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어쨌건 우여곡절 끝에 국감이 재개되었지만 이미 지나쳐 버린 피감기관을 다시 조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총리 문제가 왜 교과위 국감의 파행으로 연결돼야 하는지 국민들로서는 의아하기만 하다. 국정감사는 정부의 정책 수행을 세밀하게 짚어 봄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국회가 배정해 준 예산을 행정부가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해에 수행할 정책과 사업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예산의 배분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국회의 기능이다.

따라서 원래 국민이 정부에 위임해 준 책임과 의무를 정부가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국민의 대표기관이 따지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국정감사인데, 이 기간 동안 여야 간의 정치싸움으로만 일관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국회의 직무유기다.

올해는 정운찬 총리 출석 문제로 교과위 국감이 파행을 거듭했지만 예년의 경우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됐어도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의 국감은 들추고 폭로하고 호통치는 것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고, 언론도 대형 폭로가 나오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물론 정부가 하는 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크게 꾸짖을 일이지만, 스캔들 들추기 위주의 국감, 폭로 위주의 국감으로는 정부를 견제하고 잘못하는 일을 교정해 준다는 국감의 본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국감을 상시화한다면 이는 국회의 기능 정상화가 아니라 국정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교육에 관련된 현안은 무수히 많다. 일제고사 실시를 둘러싼 갈등, 입학사정관제 등 대학 입시와 관련된 수많은 이슈들, 대학자율화와 대학 경쟁력 강화 정책, 낙후된 직업교육의 문제 등등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국감장에서도 이런 이슈는 논의가 됐어야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상임위 활동,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통해서도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국민들은 폭로와 이슈잡기에 혈안이 된 국회보다는 차분히 교육현안을 걱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회, 상임위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회의 기능 정상화가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듯이 의원들의 의식 개혁, 의원들과 보좌진의 전문성 강화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평소에 존경받는 인물들이 국회에 가기만 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는 건 아무래도 개인적 문제보다는 제도적 문제라고 보는 편이 나을 듯하다.

어느 나라건 양당제도가 큰 축을 형성하고 있고 소선거구제가 도입되어 있는 경우 선거에서 승리하는 공식은 폭로와 물어뜯기, 상대방과는 정반대 되는 공약의 제시다. 차제에 헌법과 선거법 등의 개정이 논의된다면 정당과 정치인이 정책에 몰두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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