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법 위반" vs "표현의 자유"

교육과학기술부가 10일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미룬 것을 이유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고발함에 따라 교육당국과 일선 교육청이 초유의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교과부 장관이 현직 교육감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경기도민이 직접 선출한 교육수장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양측 갈등이 `기싸움'을 넘어 형사고발로 비화함에 따라 치열한 법리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교과부와 경기교육청은 그동안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두고 서로 "철저한 법적 자문을 받아 내린 결론"이라며 양보 없는 싸움을 벌여왔다.

교과부는 이날 고발 이유에 대해 김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국선언 주도 교사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징계를 미룬 것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법령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또 검찰이 해당 교사들을 기소했는데도 사법부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한 점, 교과부의 직무이행명령을 거부한 것 등도 교과부 장관으로부터 위임받은 징계권을 정당한 이유없이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교사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갖고 있는데 이들을 징계할 경우 오히려 징계권을 남용 또는 오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즉 교사 시국선언 행위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사법부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징계를 강행하면 우리 사회와 일선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은 그동안 수차례 담화문을 내 "다양한 의견의 평화적인 표출은 민주주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며, 헌법은 이를 표현의 자유로 보장하고 있다"며 사실상 교사 시국선언이 합법 테두리 안에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번 고발 조치가 또 하나의 파장을 낳는 것은 교과부가 현직 교육감을 고발한 것이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행정부처가 주민들이 선출한 자치단체 수장을 고발한 사례도 드물기 때문이다.
과거 비슷한 사례로는 파업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거부한 혐의로 고발된 이갑용 전 울산동구청장과 이상범 전 울산북구청장의 사례가 있다.

이 동구청장은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이 북구청장은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징계의결 요구 의무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법적인 판단이 엇갈릴 가능성이 커 법정에서도 결론이 쉽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직 교육감이 고발됨에 따라 경기도 교육행정에는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교육감 공백 사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김 교육감 기소를 선택할 경우 어느 쪽이 이기든 다툼은 대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교육감 선거가 열리는 내년 6월까지는 김 교육감이 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취임한 진보성향의 김 교육감은 후보 시절부터 자율형사립고 지정,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등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을 놓고 교과부와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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