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년째 등록금 동결 드라이브를 걸면서, 교육역량강화사업의 본래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한 정부가 교육역량강화사업 지표를 조정, ‘유인책’으로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현 정부의 대표적 대학 지원사업이다. 그간 ‘연구중심’으로 치우쳤던 정책방향을 ‘교육중심’으로 돌리는 데에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 2008년 대학·전문대학 각 500억원 규모로 도입됐으나, 2009년엔 △NURI(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사업 △수도권 특성화 사업 △전문대학 특성화사업을 흡수하며 49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됐다.

지원 대학은 교육지표 포뮬러(공식)에 의해 선정됐다. 지난 2009년까진 교육 성과·여건 지표가 각각 55%, 45% 반영됐다. 해당 대학의 교육 여건과 성과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사업 초기에는 취업률지수(25%)·재학생충원률(25%)·장학금지급률(20%)·1인당교육비(15%)·전임교원확보율(10%) 등이 비중 있게 반영됐다.

그러나 2010년부터 변화가 생겼다. 순수 성과·여건 지표만 반영되던 데서 정책지표가 포함되기 시작한 것. 지난해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기준에선 정책지표인 등록금인상수준(5%)이 포함됐다. 등록금을 올리지 않은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것이다.

올해는 이 지표의 반영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5%에서 올해 10%로 비중을 더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역시 등록금 동결 대학에 가산점을 주기 위한 취지에서다.

또 논술반영비중과 전형단순화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도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교육 유발요소인 논술 반영비중을 줄이고, 복잡한 전형을 단순화 시키는 대학에 이점을 주기 위해서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중시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 ‘학생 선발’ 문제를 끼워 넣은 셈이다.

문제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서울의 A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육 투자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등록금 인상 관련 지표의 반영비중을 높이는 게 오히려 교육역량강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B사립대 기획처장도 “등록금인상수준은 교육 여건 등이 중시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대학 자율화를 내세웠던 현 정부 출범 뒤에도 교과부는 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들을 컨트롤해 왔다. 그러다보니 사업 선정기준에 정부방침을 따르느냐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포함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년 전 BK21사업 심사위원을 맡았던 한 대학 교수는 “사업 선정 기준에 정책 지표를 넣자는 정부측 인사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며 “정부정책에 잘 부응하는 대학에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었지만, 학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적합하지 않다고 버틴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 노력은 이해한다.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해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닌 평가지표를 조정하는 문제는 재정지원사업의 본 취지를 흐릴 수 있어 우려된다. 대학의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시작한 사업과 등록금 동결을 억지로 연결시키려는 정부 정책은 ‘무리수’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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