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과위원에게 듣는다(2) 안민석 민주당 의원

안민석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대표적 ‘강경파’로 꼽힌다. 그의 야당 간사 연임을 놓고 여·야간 마찰로 교과위가 공전했을 정도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해 “오히려 감사한 평가”라고 말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했다고 교사를 파면시키는 정권에 대해 야당 간사가 ‘순하게’ 대처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그는 등록금과 관련한 질문에서 가장 길게 답변했다. “서민들이 자식을 낳아 대학교육을 시킬 수 있게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립대 법인화에 대해선 “기초학문의 붕괴와 대학의 기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고, 사립대 구조조정에 대해선 “인위적 구조조정 보다 대학과 기업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앙대 교수를 거쳐 2004년 17대 국회의원이 되셨다. 정치 입문 뒤 대학 교육에 관한 시각이 바뀐 점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대학교육 문제를 바라보게 됐다. 대학에 몸담고 있을 때는 등록금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의정활동을 하면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치 입문한 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만큼 대학이 교육서비스를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셈이다.”

- 지난해 7월에는 안 의원의 간사 연임문제로 국회 교과위가 공전한 바 있다. 여당에선 안 의원을 ‘강경파’라고 지칭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부터 ‘강경파’는 아니었다. 17대 때는 조용하고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18대 때부터 상반된 이미지로 평가받고 있는데, 현 정권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교사가 일제고사를 거부했다고 파면을 시키는 정권이 어디에 있나.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다고 교사를 파면시킨다. 이런 일을 두고 어떻게 좋게 넘어갈 수 있나. 온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에는 서울대법인화법이 날치기로 통과됐는데 어떻게 대화로만 문제를 풀 수 있나. 그러다보니 ‘강경파’라는 평가를 받는데, 그런 평가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이성을 잃은 교육정책에 대해 야당 간사가 순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그동안 좋은 대안을 많이 만들지 못해 안타깝다. 남은 의정활동에선 잘못된 교육정책에 강하게 저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안 마련에 주력하겠다.”

- 정부가 3년째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독려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공약 등이 유야무야되고, 든든학자금도 실효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학에만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인데, 안 의원께서 가진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해법은?

“지난 2009년 봄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을 이행하라는 요구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반값등록금은 예산 구조상 어렵다’, ‘그때 그 이야길 듣고 지지해 준 학생과 학부모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의 용기를 기대한다.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한제와 차등제, 후불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등록금 상한제는 올해부터 시행돼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어서는 안된다. 차등제는 소득분위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적으로 내는 것이다. 최상위인 10분위는 1000만원, 5분위는 200~300만원만 내도록 하면 서민들에겐 반값 등록금이 실현된다. 이를 위해 철학과 정책적 의지가 필요한데, 일부 여당의원들은 ‘대학생 절반이 먹고 노는데 뭐하러 지원해주느냐’란 생각을 갖고 있다. 가난한 학생들이 하루에 6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고 있다. 그런 학생들의 심정을 모르고 대학생들이 먹고 논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니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등록금이 가장 비싼 나라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서민들이 자녀를 낳아 편하게 키울 수 없다. 아이 한명 낳아 대학까지 키우는데 2억3000만원이 소요된다는 조사결과도 있지 않나.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이행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 대학도 적립금을 쌓아놓고, 등록금을 올려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 의원께선 사립대 적립금 운용현황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하는 ‘교육관련기관 정보공개 특례법’ 개정안을 2009년 발의했다.

“전국 148개 사립대가 쌓아높은 적립금이 지난해 7조7538억원이었다. 대학별로는 이화여대가 738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와 홍익대가 5113억원, 485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적립금을 펀드 등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 그러나 적립금이란 게 기본적으로 학생 등록금 수입으로 쌓은 것인데 펀드 투자로 얼마나 손해를 보고, 이익을 봤는지 알 수 없다. 대학마다 적립금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09년 교육관련기관 정보공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대학이 1년간 운용한 적립금을 공개하도록 의무화된다. 지난 18일 연세대에서 대학등록금에 관해 대학생 50명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학생들은 대학이 쌓아둔 적립금이 50조에서 100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더라. 대학이 적립금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니까 이러한 불신이 쌓이는 것이다.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 길이다.”

- 지난해 서울대 법인화법안이 통과됐다. 경북대·부산대·전남대 등에서도 내부적으로는 법인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안 의원의 생각을 듣고 싶다.

“국공립대는 대학교육의 기회를 보편적 혜택으로 실현할 의무를 갖는다. 국립대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전국에 서울대 같은 좋은 대학을 권역별로 설립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전국의 인재들이 모두 서울로 오려고 한다. 과거의 경북대나 부산대는 서울의 웬만한 대학보다 경쟁력을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입학생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만약 권역별로 서울대와 같은 질 좋은 국립대를 설치하면, 우수 인재가 전국으로 분산될 것이다. ‘제1서울대’, ‘제2서울대’와 같은 대학이 권역별로 설치되면 인재가 분산돼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보다 먼저 국립대를 법인화시킨 일본이 스스로 법인화 실패를 자인한다. 우리의 우려대로 기초·순수학문이 붕괴되고 대학이 기업화됐다. 법인화로 예산지원이 줄어들면, 대학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기초학문이 붕괴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 사립대 구조조정도 대학가의 화두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일부 사립대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인데, 향후 대학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향후 5년 내에 지방대에는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핀란드도 대학진학률이 60% 이상으로 OECD평균(57%)보다 높다. 그럼에도 핀란드에서는 대학 졸업한 학생들이 대부분 취업에 성공한다. 대학과 산업체가 긴밀히 연계돼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대학 1학년 때부터 가르치기 때문이다. 입사 후 재교육할 필요가 없고, 졸업 직후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사립대들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학생들의 수업권이나 교수나 직원의 생계문제도 있다. 핀란드처럼 기업과 대학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 향후 의정활동에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둘 생각인가? 또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어떤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인지 말해 달라.

“한민족은 기본적으로 ‘교육열’이란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연변 조선족 학교를 가봤더니 거기도 교육열이 상당하더라. 한쪽에선 학벌타파를 얘기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너도 나도 자녀가 서울대 가기를 원하는 마당에 학벌사회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어차피 84%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대학 졸업 인력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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