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희 기자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최근 대학가에도 그린캠퍼스 붐이 일었다. 전국 대학들이 앞 다퉈 그린캠퍼스 구축에 나선 통에 친환경 기술·기자재를 활용한 건물 하나 없는 학교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현재 우리 대학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그린캠퍼스 구현에 성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지난 17~19일 전국 60여 개 대학에 친환경 캠퍼스 구축을 위해 지키고 있는 실천 수칙들이 있는지 문의했다. 대다수 대학들이 정부의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지침’과 친환경 시설들을 내세웠다. 일부는 “우리 학교만큼 그린캠퍼스 구축을 잘한 대학도 드물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그러나 담당 부서에 물어도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사용량 감축 목표치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곳은 드물었다.

20일엔 그린캠퍼스로 유명한 한 대학의 친환경 건물에 들렀다. 쓰레기통에 섞인 우유팩, 알루미늄캔 등 재활용품들을 미화 아주머니가 일일이 정리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놓인 재활용통엔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아주머니는 “매일 쓰레기를 정리한다”고 했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환경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나”라고 물었더니 ‘특강 때 한 번’, ‘없다’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요즘 속된말로 주관 없이 남들 따라 명품을 두르면, 자신도 명품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을 ‘된장남’·‘된장녀’라고 부른다. 그럴싸한 친환경 건물만 올리면 그린캠퍼스라고 믿는 현재 우리 대학들의 모습이 ‘된장남’·‘된장녀’와 다를 게 무엇이 있을까. 그린캠퍼스를 외치기에 앞서 우리 대학들은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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