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성도 염려 않아도 돼” … “대비엔 만전 기해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의 3호기가 14일 오전 수소 폭발했다. 지난 12일 1호기가 폭발한 지 3일만이다. 이처럼 일본 원전이 잇따라 폭발하자 현재 국내에선 이로 인한 피해, 우리나라 원전의 지진 대비 안전 시스템 등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학계에선 대체로 일본 원전 폭발이 우리나라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무척 적고,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관한 염려 역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방사성 물질 누출 피해 없을 것” = 잇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우리나라가 받게 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방사성 물질 누출양이 많지 않아 우리나라엔 피해가 없을 것이란 게 학계 관측이다.

14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3호기 추가 폭발 직후인 이날 오후 1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본과 가장 가까운 울릉도의 방사선 준위는 138nSv(나노시버트)/h로 측정됐다. 이 같은 수치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본 대지진 발생 후 우리나라의 방사선 준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대규모 방사성물질 유출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 비춰 본다면 일본 원전 폭발로 인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이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해 “최악의 조건을 가정해 평가한 결과 (방사선 물질이) 100% 날아 와도 우리나라에 와서는 모두 확산돼 피폭선량 한도에는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편서풍이 불고 있는 것도 원전 폭발에 따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학계 관측을 뒷받침한다. 곽광헌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재 편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태평양 쪽으로 불고 있다”며 “현재로선 일본에서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방사성 물질 누출로 인한 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긴 하나, 정부는 혹시나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교과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공동으로 환경방사능감시 상황반을 운영하고 있고, 전국 70개소에 설치·운영 중인 국가환경방사능감시망의 감시 주기를 15분에서 5분으로 단축했다.

■국내 원전, 지진에 ‘안전’ = 우리나라에서의 지진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강진에 대비한 국내 원전의 안전 시스템에 관한 관심도 높다. 이에 대해 학계에선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자부하면서도, 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요구된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난달 28일 상업 가동에 들어간 신고리 원전을 비롯해 고리 4기, 월성 4기, 영광 6기, 울진 6기 등 모두 21기의 상업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원전 설비용량은 1만8716kW로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24.6%에 달한다.

학계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규모 6.5의 지진과 0.2g의 지반 가속도(지진으로 실제 건물이 받는 힘), 3m의 쓰나미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우리나라 지역 특성을 고려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안전성을 갖췄다.

김종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본만큼 지진이 활성화된 지역이 아니다. 일본처럼 진도 9정도의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설계는 굉장히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원전 바로 밑에서 강진이 발생해도 냉각수 등의 유출이 전혀 없는 상태를 안전기준으로 삼았다”며 “일본과 같이 진도 8∼9규모의 지진이 발생해도 원전 자체에 균열이 생기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역시 지진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에도, 참사를 면치 못했던 만큼 우리나라도 원전 안전성 강화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는 “최근 인간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나라가 원전 안전 시스템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자연이란 예상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현희·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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