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무풍지대 없지만 ‘판 경계’ 벗어나”

일본 강진으로 국내에서도 지진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는 견해를 내놨다. ‘지진 무풍지대’는 있을 수 없지만, 강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질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분야 대학 교수들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지진 위험은 성질의 차이가 있다. 교수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조석준 기상청장에게 보고받은 것처럼 이번 일본 강진은 ‘판 경계’ 지진이란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 같은 분석은 주류 이론인 ‘판 구조론’에 따른 것이다. 이 이론은 지표면이 여러 개의 판으로 구성돼 있고, 판의 움직임으로 지진을 설명한다. 판과 판의 경계에서 에너지가 발산하는 형태로 지진이 발생하며, 판 경계에서 강진이 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강태섭 부경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수치화해 단정 짓긴 어렵지만 강진 가능성은 일본에 비해 훨씬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 이론인 판 구조론 관점에서 보면 인접국이긴 하지만, 일본은 판 경계에 위치해 있고 한국은 판 안쪽에 있다. 지진의 패턴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일고 있는 불안감은 인접국인 한국에서도 일본과 같은 강진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에서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지진은 성격상 대부분 ‘판 경계’ 지진과는 다른 성격을 띠므로 ‘지진’이란 요소만으로 일본 강진과 똑같이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불안감은 지양하되 철저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강 교수는 “지진의 발생 특성상 예측이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다. 판 안쪽이라 하더라도 빈도나 확률이 떨어질 뿐, 지진은 지표면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수십 년간 한반도에 큰 지진이 없었다 해서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모든 지역에서 진도 9.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 지역 중에서도 특정 지역에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잦다는 게 중론이었으나 최근 기록들로 살펴보면 환태평양 지진대 어디나 강진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해양부 차원에서 준비한 지진 관련 대책이 정책 후순위로 밀려 대비가 늦어지는 점을 들어 신속한 준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동호 건국대 교수(토목공학)는 “국토해양부 전신인 건설교통부 시절 마련된 ‘지진재해대책법’이 지진 대비에 관한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적용되면 상당한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많은 예산과 시간이 투입돼야 하는 내용인 점이 걸린다. 법안이나 대책의 내용은 비교적 충실한데 실제 적용되느냐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동안 국내의 내진 설계는 거의 전무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상태로는 강진이 일어나면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엄청난 규모의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약 2년 전부터 각 학교의 내진 보강이 이뤄지고 있다. 방송국, 소방서, 경찰서 등 핵심 건물들의 내진 보강도 차차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관공서 뿐 아니라 민간 차원의 지진 관련 인식 확산과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병원도 지진이 일어났을 때 중요한데 민간 건물이라 내진 보강이 원활하지 않다”며 “병원을 비롯한 개인 주택 역시 예산을 들여 내진 보강을 할 경우 국가·지자체가 나서 세제 혜택이나 지원금 지급 등의 당근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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