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즈우 교수가 쓴 ‘중국식 모델은 없다’라는 책에서는 중국이 지난 30년간 이루어낸 기적에 가까운 고도성장에는 ‘특별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있다면 중국 정부에 의해 추진된 국민을 보다 자유롭게 하고, 함께 더불어 인류의 존속과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인간본성을 존중하는 정책전환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과 국가 발전은 큰 정부주의, 거대한 손길이 아닌 중국인들의 자유의지를 신뢰하고 함께 사는 길을 택한 것을 강조해 온 까닭이다.

최근 대학가 핵심 화두는 취업과 등록금 문제다. 청년실업과 등록금 문제는 물론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고,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그만큼 강도 높게 제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국은 고등교육으로의 진학률이 지난 1995년 51.4%로 고등학교 졸업자의 과반을 넘기 시작해 지난 2005년 이후는 80%를 상회하는 세계 최고의 진학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진학률과는 달리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 2004년도에 66.8%에서 2010년에는 55%로 10명 중 4명 이상이 취업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2011년 현재 국공립이 425만 6천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75.1%가, 그리고 사립은 767만 7천원으로 60.0%가 인상됐다.

이런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전반의 질적 향상을 위해 대학인증평가제도, 학부교육 선진화선도대학 선발, 교육역량강화사업, 학자금대출제한제도 등을 도입해 수요자 보호와 취업률제고, 그리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길 원한다면 다음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대학재정 분담 주체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대학교육에 투입되는 재정 규모는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최소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도 필수조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러한 재정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사실과 그리고 그 대부분을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르고 있다. 당국은 대학, 학과, 학생을 기본으로 하는 단위교육비를 산출하고,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대학의 특성화를 포함한 우수 인재양성에 요구되는 추가소요재원 부분만 학생 등록금 등의 방법으로 충당하는 제도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

두 번째, 대학의 자율, 자유경영 의지를 존중해줘야 한다. 앞에서 제시한 천즈우 교수의 고언은 한마디로 끊임없는 벼랑으로 추락하는 중국을 구원해 준 것은 곧 ‘인간의 자유의지’를 신뢰한 것이며, 인간을 스스로 문제해결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교수-학습 여건과 사회적 요구와 미래지향적인 교육과정의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건물 신증축이나 외관을 치장하는데 치중하는 대학들로 부터 총장선거는 과열되어 구성원들이 사분오열되고 논공행상으로 인사가 이루어져 연구 분위기 대신에 반목과 갈등이 조직을 파행으로 이끌어가는 대학들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대학들의 특수한 목적과 이념, 역사와 전통이 있음을 고려해 학생 선발과 등록금책정 및 재정운영은 보다 큰 틀 속에서 자유의지와 자율적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 스스로의 자정운동이 필요하다. 대학은 이제 사사로운 축재수단도 아니고, 백화점식으로 대학의 학과들을 나열해 놓으면 고객이 몰려오지도 않으며, 건물을 신축하고 부정한 뒷거래를 하던 시대도 이미 지났다. 분명한 대학설립의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위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전략과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협력적으로 운영에 임해야하며, 정직하고 투명하며 공명심에 터한 대학다운 대학경영이 필요한 때다. 동시에 정부 당국은 진정으로 유능한 인재양성이 가능하고 구성원들로 부터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대학들을 지혜롭게 선별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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