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자원 감소 등 위기 대비… 경쟁력 제고 공감대

부실 대학 선정과 퇴출을 맡을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출범을 계기로 대학의 통·폐합, 인수·합병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의 환경변화에 대비한 생존전략으로 통폐합을 택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학 간 통폐합은 국립대는 물론이고 동일 재단의 사립대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진행되는 추세다. 4년제 사립대간 최초 통합은 물론 부실대학 통폐합의 첫 사례도 나왔다. 올해만 10여개의 대학이 통폐합을 추진하거나 통합 승인을 받는 등 곳곳에서 통폐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최근 통합이 결정된 대학은 중앙대와 적십자간호대학. 이들 대학은 법인 합병과 대학 통폐합 신청이 18일 교과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중앙대 의과대학의 간호학과(4년제)와 적십자간호대학(3년제)을 합해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이라는 단과대학으로 새롭게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은 국내 최대 규모의 간호대학으로 2012학년도 입시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게 된다. 중앙대측은 “양교 통합에 따라 국내 최대·최고 수준의 간호인력 보유 및 양성이 가능해졌으며, 향후 아시아 의료 허브로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부실대학간 통폐합 사례도 처음 나왔다. 동원교육학원(이사장 강부전) 산하의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2년제)은 지난달 19일 교과부 통합 승인을 받아 내년 3월부터 4년제인 제주국제대로 새 출발한다. 두 대학은 학생 정원을 1080명 감축하고, 기존의 학과를 강화하면서 작업치료학과(재활학과)를 신설해 실용적인 종합대학으로 자리 잡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두 대학은 2009년 교과부가 경영부실대학으로 꼽은 학교다. 현재 탐라대가 위치한 제주 서귀포시에서 탐라대 부지매각을 조건으로한 이번 통합을 반대하는 등 갈등을 겪고 있지만, 부실대학 통합의 첫 사례인만큼 향후 부실대학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도 교과부로부터 올해 통합을 승인받아 내년부터 ‘가천대’로 새롭게 문을 연다. 4년제 사립대간 통합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천대는 경원대를 경원캠퍼스로, 가천의대를 인천캠퍼스로 운영하게 된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은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필연적인 생존의 문제”라며 “대학 통합으로 교육과 연구역량이 강화되고, 경영효율화로 교육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립대간 통폐합은 정부의 국립대 구조개혁 정책 아래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충주대와 한국철도대학(2년제)이 철도·교통 중심 특성화를 골자로 한 통합을 결정하고 교과부에 통합승인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교과부 승인을 받아 내년 3월부터 ‘한국교통대’로 새롭게 신입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부산대와 부경대도 최근 공동발전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통합논의에 착수했다.

 이처럼 통폐합을 추진하는 대학들은 기대효과로 △인건비 등 비용절감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대외 인지도 상승 등을 꼽는다. 하지만 구성원과 지역사회 등의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무리한 통합 추진은 오히려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06년 통합한 전남대와 여수대는 통합 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유사학과 통폐합 문제로 진통을 겪는 등 통합효과를 못 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대는 지난해 11월 TF를 꾸리고 2013년까지 학사개편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구성원 반발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충남대·공주대·공주교대 등 3개 국립대도 초대형 국립대 탄생을 예고하며 올해 초 통합추진을 위한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지만 결국 통합에 실패했다. 충남대 관계자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대학통합이라는 대전제에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특성화·학과 통폐합 등 화학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해 통합은 결국 무산됐다”며 “규모만 키우는 통합은 경쟁력 강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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