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에 대한 접근성 부족 호소하는 외국인 유학생
한눈에 찾아볼 수 있는 ‘한국 생활 정보 사이트’ 필요
원활한 한국 정주 위해서는 한국어 수업 내실화 해야
“우리 사회 발전시킬 수 있는 외국인 인재 유치해야”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한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다. 외국인 유학생 대부분은 방을 구하는 것부터 병원에 가는 것까지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얻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왕청신 씨는 한국에서의 유학 생활의 고충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외국인 유학생들이 정보 취득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안내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싶더라도 실제적으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왕 씨는 “유학생을 위한 취업 지원이 시급하다”며 “4학년이라 한국에서 취업하고 싶어 정보를 찾고 있지만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업 정보를 얻어 지원을 하고 싶어도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자소서를 비롯해 모든 과정을 외국인 신분으로 한국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잠도 잘 못 이룰 정도”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학생 A씨는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어떻게 취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취업 정보가 정리된 사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매력을 느껴 한국에 유학을 온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으로 ‘정보 취득’을 꼽았다. 기본적인 생활 정보는 물론 교내 활동, 취업 등 학생이 필요한 정보는 많지만 이를 얻기 위한 과정이 외국인 유학생 입장에서는 어려운 탓이다.
국내 유학생 숫자는 2012년 8만 7000여 명에서 2022년 16만 5892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을 돕고 관리하기 위한 인력과 시스템은 큰 변화가 없어 국내 대학들이 유학생을 ‘돈벌이’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는 유학생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된 탓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현재 약 16만 명인 유학생을 2027년까지 30만 명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유학생 유치를 통해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방안도 유학생 유치에 중점을 뒀을 뿐 유학생의 정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는 없었다.
이러한 까닭에 막상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학으로 한국에 온 학생을 위한 환경도 제대로 조성이 안 돼 있는데 유학생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사립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B씨는 “한국 학생들과 같이 들어야 하는 수업의 경우 듣고 싶어도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자리가 따로 없어 수강 신청에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유학생을 위한 강의 숫자도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학생들이 수강 신청에 예민한 이유 중 하나는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이다. 한국어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 여러 학생들과 함께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수업이나 너무 어려운 한국어 수업은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더군다나 영어 수업을 비롯해 원어민 수업은 졸업 학점에 비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기준을 변경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토픽) 3급 이상을 받은 학생이 각 대학에 입학하는 유학생 중 30%를 넘어야 한다는 기준을 해외의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 등을 이수하면 대체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다.
기존에 한국에 온 유학생 중 토픽 3급 이상을 취득한 비중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격차가 큰 편이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50% 이상을 기록한 대학이 많은 반면, 비수도권 대학에서는 수도권보다 비율이 낮은 대학이 대다수다.
유학생들에 따르면 토픽 3급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듣기만 가까스로 가능할 뿐 말하기나 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대학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 위해서는 4, 5급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국내에서 학위과정과 연수과정 유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은 경희대로 4302명의 학생이 유학 중이다. 이들 중 토픽 4급 이상 소지자는 1460명, 토플(TOEFL) 점수만 충족해도 되는 영어트랙 학생까지 합쳐도 언어 능력 충족 학생 비율은 54.8%였다.
인원 대비 언어 능력 충족 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은 성균관대였다. 성균관대는 학위과정과 연수과정을 유학하고 있는 학생은 3927명이었다. 이들 중 토픽 4급 이상은 2116명, 영어트랙 학생 2명으로, 언어 능력 충족 학생 비율이 85.8%에 달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이 천차만별인 만큼 수업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학생 C씨는 “토픽 3급이 있으면 한국어 상급반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학생들 사이 격차가 너무 크다”며 “한국어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업이 좀 더 나눠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학생들의 한국 유학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지난 2014년 아프리카에서 ‘교육한류’를 이끌었던 이승섭 카이스트 부총장은 ‘철학의 부재’를 이유로 꼽았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나 지역소멸을 이유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교육의 기본적인 철학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우리가 외국인 학생을 왜 데리고 와야 하고, 여기에 우리나라 예산이 들어갈 때 어떤 이득이 있어야 하는지 주도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기준을 완화해 다수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