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복명 남서울대 국제문화교류원장/영어과 교수

부제 :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제’에 대해

지난주 우리 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외국인학생들에게 추석을 맞이하여 송편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국의 민족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가족들과 情을 나눌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오는 것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갖게 되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몇 년 전 부터 본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관리하는 ‘국제문화교류원’원장 직을 수행하면서 명절을 맞이할 때 마다 즐거운 마음과 더불어 왠지 모르는 쓸쓸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이유는 긴 명절 연휴 기간 동안에 고향에 돌아가지 못 하고, 또 한국 학생들이 모두 명절을 지내러 집으로 돌아가서 텅 빈 기숙사에서 혹은 학교 앞 자취방에서 쓸쓸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 생각 때문이다.

자식을 머나 먼 타국에 보내고 안녕을 기원하는 부모의 심정을 자식을 둘 이나 키우고 있는 엄마인 내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해마다 추석에는 송편을, 크리스마스에는 성탄 축하 파티를, 그리고 신정 연휴에는 양말을 선물해 주면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서운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어 왔다.

학교에서 유학생들을 위해서 베푸는 세심한 배려에 보답이라도 하듯,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들은 구정 연휴나 방학을 고향에서 보내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는 한국어 선생님들에게 고향의 작은 전통 선물을 하나씩 들고 온다. 그것이 중국 과자일지라도, 혹은 작은 인형일지라도, 고향 집에서 명절을 보내고 한국에서 자신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국어 선생님들을 기억해서 준비한, 자신의 정성을 담은 선물을 부끄러운 듯 우리에게 내놓을 때는 가르친 보람과 함께 한국의 문화와 情을 알리는 민간외교를 담당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한국에 유학을 오는 유학생의 수가 증가하면서 유학생의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질적 관리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대학에서 유학생을 유치하는 목적은 한국어 학습을 토대로, 한국의 선진 학문을 접하여 한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화 과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 본래의 목적에 다소 일탈되는 부작용들이 노정되어 왔다. 학업에 정진하기 위해서 한국에 오는 유학의 본연의 목적에 벗어난 의도로 입국하는 유학생들의 수가 증가되고, 또한 대학 당국은 증가하는 유학생 수에 대비한 적절한 관리 체제를 수립하지 못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 한국에서 유학한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나 판단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유학생 유치 사업의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에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제를 발표한 것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을 질적으로 향상시켜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려는 정부 당국의 노력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유학생 관리를 실질적으로 전담하고 있는 대학의 관리 부서장으로서는 이러한 인증제가 대학 당국에 대한 규제의 측면만 강조되고, 유학생 유치를 활성화시키려는 분위기에 반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인증제에서 제시한 평가 기준이 대학의 역사와 전통이 오래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프라가 내실하게 구축된 대학들과 그렇지 못 한 대학들 간의 불균형적 경쟁을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지울 수가 없다.  

이제 2학기가 시작된 지도 보름이 넘었다. 추석 연휴를 지나면 가을 체육대회, 학술제 행사들이 캠퍼스를 젊음의 열기로 가득 채우리라 기대된다. 이번 가을에도 우리 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연극제를 무대에 올린다, 올해로써 4회가 되는 한국어연극제는, 봄 철 축제 때 펼치는 유학생의 날 행사와 더불어 본교 유학생들에게 소속감과 애교심을 북돋우는 매우 소중한 행사이다. 이날 유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한국어로 “흥부와 놀부”, “콩쥐 팥쥐” 등을 열연할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다. 

이렇듯 유학생 유치 및 관리의 문제를 정량적인 규제만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방향을 강조하기 보다는, 정성적인 측면에서 사랑과 관심을 통한 관리가 보완되고 장려될 때, 한국 유학생 유치 정책은 더욱 성공적인 결과를 초래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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