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영 기자
교과부가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17곳을 발표한 뒤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장이 사의를 표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교수들이 전원 사퇴하겠다고 결의한 대학도 있다.

특히 예술 대학들의 반발이 크다. 상명대·목원대처럼 전체 학부 가운데 예술분야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곳은 향후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부실대학’을 가르는 잣대에 문제를 제기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률이다. 취업률은 청년 실업난이 지속되면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재학생 충원율은 해당 대학에 대한 재학생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중시된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 배우는 학문은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 예술계통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직장 취업보다 작품 활동이 우선일 수 있다. 취업에 유리한 실용학문보다 기초·순수학문이 취업률 지표에서 불리한 것은 당연하다.

재학생 충원율은 수도권과 지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린다. 지방대는 학령인구도 적고, 학생 유출도 막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화’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엄연한 현실에서 취업률 못지않게 지방대에 불리한 지표다.

이런 학문별·지역별 특성을 깊이 고려하지 않는 지표에 대해서는 당분간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취업률 통계에서 신학과 등 ‘종교지도자 양성 학과’를 제외시켰듯이 꾸준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교과부의 부실대학 선정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교과부 발표에서 대출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모 대학의 경우, 예술계통을 뺀 다른 학문분야의 취업률은 평균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예술계통이 신학과처럼 취업률 통계에서 제외됐다면 대출제한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교과부 발표로 예술계통 이외 다른 학과까지 피해를 받게 됐다. 해당 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의 상실감은 클 것이다. 또 이들 대학 졸업생들도 ‘부실대학 출신’이란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

교과부는 대학들의 이런 불만을 좀처럼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하나(예술계통)를 봐주면 또 다른 하나(체육이나 문·사·철)도 봐줘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다소 행정 편의주의적인 접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기조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선 실적이 나와야 하고, 그러다 보니 개별 대학의 사정을 다 들어줄 수 없다는 논리다.

대학에 대한 편견도 있다. 대학에서 억울함이나 불만을 제기해도 ‘그건 그 대학의 사정’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마치 구조조정의 대업을 완수하기 위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결연함까지 비쳐진다. 하위 15% 대학을 방문한 교과부 장관은 이런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긍정적 분위기였다”며 자기 만족을 표했다. 정책 수요자인 대학들과는 현격한 시각 차를 드러낸 것이다.

교과부가 대학 위에 군림한다는 말은 어제 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그만큼 관치 교육의 뿌리는 깊다. 출범 초기 ‘대학 자율화’를 내세웠던 현 정부도 정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대학은 ‘통제의 대상’이 아닌 ‘정책의 수요자’로 봐야 한다. 물론 부실한 경영으로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엄단해야겠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나름대로 자구노력을 해 온 대학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대에 태생적으로 불리한 평가지표는 개선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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