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측 “본부에서 빼라 했다”… "재단관여는 학문통제" 지적

성균관대가 출강 강사에게 강의를 배정했다가 학교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강의 배정을 철회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졸업생이자 전직 강사인 류승완씨와 유학대 학생회, 대학생사람연대,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등 7개 단체는 21일 학내 600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부는 류 박사에 대한 강의박탈 행위를 중단하고 강의권을 돌려주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류씨는 지난해 1학기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중국철학사’ 과목을 강의한 다음 1년간 중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뒤  올 2학기 ‘동양사상입문’ 수업을 맡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대학 측은 류씨에게 수업을 맡기기로 한 방침을 돌연 철회했다.

이에 대해 7개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학과 측은  ‘과거 학내에서 진행됐던 학생 출교 처분에 반대했던 류박사의 강의를 빼라는 통지를 대학본부로 부터 들었다'고 했다”며 “강사 임용은 사실상 학과의 고유 권한인데 대학본부에서 이에 관여한다는 것은 학문 통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과 교수들이 결정한 강의를 대학본부 교직원들이 좌우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류씨는 대학 측의 강의배정 철회에 대해 항의하며 지난달 11일부터 40여일째 교내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류 박사의 1인 시위가 계속되자 성균관대 교무처장 등이 지난달 26일 ‘절대 강의를 줄 수 없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했다”며 “대학본부 측은 강의배정권을 통해 학사문제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개진과 비판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씨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교정에서 학교 설립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심산 김창숙 선생의 사상에 대한 거리 강연회를 열었다. 평소 류씨는 성균관대가 삼성재단에 인수된 후 심산의 호를 딴 건물 ‘심산관’을 삼성그룹의 설립자인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관’으로 바꾼 것 등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온 바 있다.

이에 대해 7개 단체는 “성균관대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대학에서 집행하기 위해 강사노조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연구자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학교에서 영구히 몰아내려 하고 있다”며 “이는 대학을 개인 소유물로 보려는 발상이며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성균관대 측은 이 같은 비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성균관대 본부 관계자는 “대학본부는 강의 배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동양철학과는 이번 학기 류씨에게 강의를 배정한 적이 없다. 류씨가 지난해 1학기 강의평가에서 동양철학과 교수·강사를 통틀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류씨가 강의를 배정 받지 못해 개인적으로 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대학 입장에선 교육의 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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