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립대협 사무국장 "Top-down 방식으로 풀면 부작용 크다" 우려

▲ 28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개최된 한국대학법인연합회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이대순 회장이 토론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이데 히데부미 일본 사립대학협회 사무국장, 이대순 회장, 김병묵 덕성여대 이사장.

"정부가 대학설립을 방치하고 이제 와서 구조개혁을 강제한다"
"정부가 통제와 간섭에서 지원과 육성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대학법인연합회(회장 이대순) 주최로 개최된 제1회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김병묵 덕성여대 이사장의 말이다.

설립준칙주의로 대학의 설립에 마구잡이 인가를 내준 정부가 그간 방치하다가 갑자기 이런저런 잣대를 내세워 구조개혁을 강제하고 맘에 안들면 대학에 패널티를 주고 낙인을 찍겠다는 것이 과연 책임있는 정부가 할 일이냐는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부실 사립대의 퇴출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이날 '일본 사립대학의 거버넌스와 재정제도'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초청된 일본 사립대학협회 고이데 히데부미(Koide Hidebumi) 사무국장은 학생의 학업지속성을 보장하고 교직원들의 생활권을 감안하더라도 Top-down 방식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빠른 구조개혁은 가능하겠지만 정작 사립대의 자주성은 감안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대학들이 경영개선 의지를 갖고 장단기 개선계획을 세워 이를 차근차근 실현해나갈 시간을 줘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립대의 자주성 틀안에서 자발적인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학의 본질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다.

현재 일본은 학생자원 부족으로 충원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학들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4개 대학이 학생모집을 중단했으며 일부 대학들의 경우 지방 캠퍼스가 본 캠퍼스로 통합됐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는 것이 히데부미 사무국장의 말이다. 대학 스스로 자진해서 자구책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히데부미 사무국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1999년에 비해 2009년 대학 재정은 학생 납입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68%에서 77%로 더 높아졌다"며 "정부는 경상비보조금을 대학 재정의 50%까지 지원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2009년 현재 11%에 그치고 있다"고 말해 우리보다 나을 것이 없는 일본 사립대의 재정난을 설명했다.

히데부미 사무국장은 또 "그럼에도 국립대는 2008년 현재 대학 재정의 57.5%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국립대 학생 1인당 정부의 교육지원금은 문부성 발표 187만엔, 사립대학협회 발표 250만엔인데 반해 사립대는 문부성 발표 16만엔, 사립대학협회 발표 15만엔에 그쳤다. 단지 사립대 재학생이라는 이유로 국립대 재학생에 비해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이같은 상황은 학부모들로부터 큰 불만을 살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립대들이 정부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 입법을 주장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제도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은 "국가가 교부금을 따로 만들어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히데부미 사무국장은 "역사와 문화, 제도가 다른 두 국가의 교육제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학에 있어서 교육내용, 수업료 편성권, 인사권에 대한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사학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병묵 이사장은 토론에서 히데부미 사무국장의 말을 빌어 일본에서는 미래투자를 위한 기본금, 장학금을 위한 기본금, 재정곤란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인건비 기본금 등의 적립이 제도화돼 있음에도 우리 국회가 감가상각비만 인정해주고 그외 적립을 금하게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며 최근 발의된 입법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히데부미 사무국장은 카네기리포트를 언급하며 학비부담의 대상은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학생, 산업계, 정부 등 3자라는 점을 지적하는 등 산업계가 기부를 늘리고 정부가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올해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제도가 도입돼 기부금 증가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좌장을 맡은 이대순 한국대학법인연합회 회장을 비롯,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선 일본 사립대학협회 고이데 히데부미 사무국장, 김병묵 덕성여대 이사장이 참석했으며 그 외 김정렬 한남대 학교법인 대전기독학원 이사장, 황방남 배재대 학교법인 배재학당 이사장, 이재식 남서울대 학교법인 성암학원 이사장, 한동숙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대학 학교법인 웨스트민스터신학원 이사장 등과 이원희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오인탁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립대와 사학법인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일본 문무성 마쯔모토 아사토 평생학습정책 담당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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