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어대회부터 한글 새기는 바느질 봉사까지

▲ 한글날을 맞아 6일 계명대에서 한국어 골든벨(왼쪽 사진)이, 7일 영남대에서 우리말 겨루기 대회가 각각 열렸다.

565돌 한글날을 맞은 대학들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다양한 기념행사를 펼쳤다. 외국인 대상 한글백일장과 한국어·말하기대회, 우리말 겨루기대회 등을 비롯해 한글을 새겨주는 바느질 봉사까지 다채로운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연세대는 7일 캠퍼스 내 노천극장과 청송대 일대에서 외국인 한글백일장을 개최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백일장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과 해외교포들이 참여해 한글 문장 실력을 다투는 대표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시(詩)부와 수필부로 나눠 열린 이날 백일장에서는 장원 2명에게 각각 상금 70만원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연세대 총장상이 주어졌다. 또한 참가자들 중 △최우수상 3명 △우수상 4명 △장려상 10명 △입선 20명 △가작 30명을 가려 시상했다.

연세대는 또 자원봉사센터 소속 동아리 VC(Volunteer Coordinator) 학생들이 한글날을 맞아 이색적인 바느질 봉사에도 나섰다. 학생들은 8일 외국에 입양되는 영아들을 위한 배냇저고리와 턱받이를 만들며 한글을 잊지 말라는 뜻을 담아 아이들의 이름을 바느질로 새겼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연세대생 100여명은 교내 강의실에서 남·여 학생 3명씩이 한 조가 돼 유아용품을 만들어 홀트아동복지회에 기증키로 했다. 행사를 마련한 유영희 VC 기획단장은 “어린 나이에 입양되더라도 모국어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마침 한글날이라 의미를 살려 서툰 솜씨지만 이름을 바느질로 새겼다”고 귀띔했다.

이화여대는 7일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열었다. 역시 20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그간 배우고 익힌 한국어 실력을 뽐내는 자리로 초·중급부와 고급부로 나눠 진행됐다.

특히 한국 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재일교포 시명향씨는 가야금 공연을 준비했고, 태국 출신 K-팝 마니아인 치아분딴 빠띠마(Chaiboontan Patima)씨는 한국 가수 공연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출신 교환학생 군데르센 다니엘(Gudersen Daniel)씨는 자유자재로 사투리를 구사하게 된 사연을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영남대는 7일 교내 잔디밭에서 우리말 겨루기 대회를 열었다. OX퀴즈 예선을 거쳐 서바이벌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렸다. 틈틈이 패자부활전을 비롯해 관객들을 위한 퀴즈도 출제돼 유쾌한 긴장감을 더했다. 국립국어원 후원으로 올해 7번째 열린 대회는 국적 제한을 두지 않아 외국인들도 여럿 참가했다.

대회를 주최한 영남대 국어생활상담·연구센터 김기호 센터장은 “인터넷·방송 등에서 국적불명의 언어가 남용돼 우리말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언어는 사람의 사고와 사회적 문화를 반영한 것인 만큼 우리 말글의 소중함을 깨달아 올바른 국어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대도 7일 외국인 유학생 50여명을 대상으로 ‘외국인과 함께하는 우리말 겨루기 대회’를 열었다. 한국어 고유어의 뜻과 맞춤법, 문장 적격성을 묻는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중국 유학생 갈산산씨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지만 실력이 많이 부족한 것을 알게 됐다. 더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은섭 울산대 국어문화원장은 “국내 대학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 대회에 참여한 만큼 한국어 공부 동기 부여를 위해 어렵게 출제했다”며 “한글 보급 차원에서 울산지역 외국인들이 모두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명대는 국내와 베트남에서 동시에 한글날 기념행사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 계명대는 지난 6일 교내 캠퍼스와 베트남 현지 타이응웬대에서 △한국어 골든벨 △한글 OX퀴즈 △몸으로 글자 만들기 △몸으로 단어 설명하기 △연극 공연 △한국 가요·동요 따라부르기 △윷놀이 대항전 등을 열어 열띤 분위기를 이어갔다.

행사를 기획한 계명대 국제교육부 김선정 부장은 “한글날을 기념해 외국인 유학생과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하려고 노력한 결과”라며 “한류를 비롯한 한국 문화의 중심은 한글이다. 한글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외국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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