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의식조사 ③생활·문화의식(하)

한편 대학생들은 일간지 중 어느 신문을 가장 많이 읽고, 정치인, 경제인, 문화 예술인, 연예인 등 사회지도층 및 공인들 중 어느 사람을 좋아하고 제일 만나보고 싶어할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신문은 조선일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의식 조사에서 최근 젊은층 공략을 위해 마련한 테마 신문과 만화 연재 등이 상당한 호응을 받아온 조선일보가 역대 1위였던 한겨레를 밀어내는 기염을 토하면서 대학가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 물론 오차한계 내에서의 경쟁이어서 속단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조선일보의 '정상'차지는 역대 본지 대학생 의식조사중 언론분야의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응답자들은 가장 많이 보는 일간신문으로 조선일보(17.2%), 한겨레(16.6%), 중앙일보(15.9%), 동아일보(15.1%), 스포츠신문(6.0%) 등을 꼽았다. 1∼4위에 오른 신문들이 모두 오차 한계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어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해 응답자들은 한겨레(27.9%), 조선일보(18.5%), 동아일보(18.1%), 중앙일보(15.3%), 스포츠신문(5.0%) 등의 순으로 꼽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 한겨레(18.4%), 충청 - 동아일보(19.8%), 호남 - 동아일보(23.4%), 영남 - 조선일보(26.0%), 강원 - 한겨레(21.2%), 제주 -중앙일보(38.1%)를 가장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학생들은 한겨레(17.7%), 조선일보(14.8%), 중앙일보(14.8%) 등을 주로 보고 있었으며 여학생들은 조선일보(20.5%)와 중앙일보(17.2%)를 즐겨 본다고 밝혔다.

학내에서 발행되고 있는 대학신문(학보)의 경우 가독율이 떨어지고 있다는우려에도 불구하 고 10명 중 6명은 대학신문을 꾸준하게 읽고 있으며 학내 뉴스, 대학 사회 관련 기사를 열 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대학신문을 보느냐는 물음에 60.9%가 '예'라고 답했으며 '아니오'라고 밝힌 대학 생은 37.9%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신문을 본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31.4%가 월 평균 2회 읽는다고 밝혔으며, 29.1%가 가장 유익한 내용은 학내 뉴스를들었다.

대학신문을 읽는 월 평균 횟수에 대해 응답자들은 2회(31.4%), 4회(28.1%), 1회(27.3%), 3회 (12.8%)라고 밝혔으며 학보의 지면 가운데 가장 유익한 분야로는 학내 뉴스(29.1%), 대학 사회(21.7%), 학술·문화(13.1%), 사회 일반(9.4%), 기획 기사(9.1%) 등을 꼽았다.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인에는 류시화, 이문열씨가 각각 시·소설분야로 올랐으며 안성기(영화배우), 김희선(탤런트), 유승준(가수), 유희열(DJ·VJ), 남희석 씨(개그맨) 등이 연 예인 중에서 '최고 인기'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 문인중 시 부문에서 류시화 씨(16.5%)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가히 혁명적(?)으로 평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류 씨는 수 십년동안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올라온 윤동주, 김소월 두 시인을 밀어낸 데다 교과서 밖의 시인이 교과서에 낯익은 시인을 밀어낸 것은 좀체로 보 기 드문 일로 손꼽힌다. 류씨의 1위 등극은 이미 지난해에 예견됐던 일. 다만 얼마나 빨리 1위에 오를 것인지가 관 건으로 남아 있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류 씨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 립다』라는 단 한 권의 스테디셀러 시집으로 이같은 기염을 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이제 다시 주목되는 것은 류 씨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류 씨에이어 윤동주, 김소월 시인은 각각 9.1%, 7.9%를 획득해 2, 3위에 랭크됐다.

좋아하는 소설가 부문에서는 이문열 씨가 26.2%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1위라는 철옹성을 구축했으며 2, 3위엔 조정래(9.1%), 이외수(7.8%) 씨가 올랐다. 조 씨는 지난해보다 한 계단 뛰어 올랐으며 오랫동안 외곽에 머물렀던 이외수 씨는 특별한 인기작을 발표하지 않고도 3 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부문에서도 지각 변동이 심하게 일어났다. 새로운 세기를 앞둔 상황 이어서 대학생들의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지각 변동은 예사롭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영화배우와 개그맨. 각각의 분야에서 2년 연속 1위에 오른 한석규 씨와 김국진 씨를 밀어낸 이들은 국민배우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배우 안성기 씨(26.4%)와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개그맨 남희석 씨(35.8%).

안 씨는 젊은 시절의 화려한 인기를 뒤로 하고 자기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던 배우. 안 씨의1위 부상은 첫째 '한국 최고의 배우', '한국 관객 동원 능력 1위 배우'라는 평을 듣고 있는한석규 씨(25.8%)를 2위로 끌어내린 이가 젊은 배우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놀라고, 두 번째는 끊임없는 자기 관리를 통해 인기를 회복하는 데서 놀라게 된다.이와 함께 영화배우 부문에서는 『태양은 없다』, 『유령』등을 통해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정우성 씨(16.3%)의 약진 또한 눈에 띈다.

그 동안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개그맨 김국진 씨(29.4%)의 인기는'방송 생활 잠정중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남희석 씨는 이휘재 씨(9.7%)와 함께 토크 쇼를 진행해 온 덕분에 인기가 수직 상승하고 있는 경우. 지난해 5.6%로 4위에랭크됐던 남 씨의 인기는김 씨의 공백을 틈타 불 붙은 경우여서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더구나 그 동안 해외에 나가 있던 이홍렬, 이경규 씨 등 기라성 같은 개그맨들이 방송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개그맨 부문의 인기경쟁은 더욱 불꽃튈 전망이다.

매년 1위 순위가 바뀌어 온 '춘추전국 시대'의 탤런트 부문에서는 김희선 씨가 12.4%로 1위 에 올랐다. 이로써 김 씨는 좋아하는 연예인 부문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에 오른 유일한 '연예인'이 되었다. 이와 함께 최근 『해피 투게더』로 인기를 모은 이병헌 씨(9.3%)와 『장미와 콩나물』에서 열연한 최진실 씨(7.6%)가 2, 3위에올랐다.

가수 부문에서는 지난해 1위였던 엄정화 씨가 6.4%로 3위에 내려앉은 대신 유승준 씨가 8.6%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솔직한 성격과 현란하고 뛰어난 춤 실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유 씨의 상위권 진입은 처음. 게다가 0.1%라는 간발의 차로 2위로 밀려난핑클(8.5%)이 버 티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의 인기 변동이 주목된다.

좋아하는 DJ·VJ에서는 원맨밴드「토이」를 이끌고 있는 가수이자 『MBC FM 음악도시 유희열입니다』를 진행하고 유희열 씨가 10.1%를 얻어 1위에 올랐으며 비디오자키와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최할리 씨(6.2%)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위였던 이문세 씨(5.5%)는 3 위로 내려 앉았다. 가장 만나고 싶은 각계 인사 부문에서는 김우중 전경련 회장, 백지연 전 앵커, 김대중 대통 령, 영화감독 강제규, 만화가 이현세, 프로야구 선수 이승엽 씨가꼽혔다.

대우그룹의 부도와 함께 순식간에 '성공한 기업인'에서 '실패한 경영자'로 전락한 김우중 전 경련 회장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지난해에 이어 인기지수는 6.2%포인트 하락했지만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은 실패했지만 청년 기업가로 시작, 대우를 재계 서열 2위(자산 기준)까지 올려 놓았던 김 회장의 도전과 패기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

김 회장이 20.9%로 1위에 오른 경제(기업)인 부문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각각 14.3%와 11.6%의 지지를 받아 뒤를 이었다. 언론인 부문 역시 올해부터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한 백지연 씨(18.8%)가 지난해에 이어 1위 에 올랐다. 최근 '친자 사건'에 시달리고 있는 탓인지 지난해보다5.6%포인트 하락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토크쇼 진행 등을 통한 이미지 변화가 대학생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게 다 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최근 유학에서 돌아와 방송 활동에 복귀한 손석희 씨가 7.9%의지지로 2위에 오 른 점과 『인물과 사상』으로 언론개혁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북대 강준만 교수(신문방송)를 만나고 싶다고 밝힌 응답자(0.7%)도 눈길을 끌었다.정치인 부문 역시 김대중 대통령이 21.7%로 2년 연속 1위를 석권하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 만 지난해보다 12.6%포인트나 떨어지는 등 급속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점은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

김 대통령의 뒤를 이은 정치인은 새정치 국민회의 김민석 의원(8.4%)과 김영삼 전 대통령 (5.0%). 응답자들은 김 의원의 경우 다음 정치를 이끌 젊은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김 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라는 이유로 만나고 싶어했다. 영화감독 부문에서는 『쉬리』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강제규 감독이 21.4%로 소 리소문 없이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1위를 차지했던 임권택 감독(13.3%)은 '젊은 피'에밀려 2위로 하락했다. 3위는 『용가리』로 영화감독 및 제작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힌 심형래 씨(9.2%)였다.

만화가 부문에서는 국내 만화계의 영원한 '대부' 이현세 씨가 18.2%로 1위에 올랐으며 조선 일보의『광수 생각』박광수 씨가 7.4%의 지지로 그 뒤를 추격했다. 중견 만화가 허영만 씨 는 5.9%의 호감도로 3위에 올랐다. 운동선수 부문에서는 아시아 홈런 기록 갱신에 대한 기대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승 엽 선수(삼성)가 21.1%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박찬호 선수(LA다저스)는 8.9%로 2위에, 최근 '테리우스'라는 별칭과 함께 새롭게 떠오른 축구선수 안정환 씨(7.0%, 부산대우)가 3위에 랭크됐다. hansh@unn.net <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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