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 중앙대 의과대학 교수

 
“1996년 첫 직장인 중앙대에 임용된 후 지금까지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신규 미생물에 ‘중앙대’라고 이름 붙인 것을 계기로 대학 이름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도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원용 중앙대 의과대학(사진)교수는 최근 국제 미생물계통분류학회지(IJSEM)에 자신이 발견한 박테리아를 ‘대한민국’의 ‘중앙대’라는 뜻에서 따온 ‘중앙이아 코린시스’(chunganggia koreensis)라고 명명한 뒤 등록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교수가 이번에 발견한 박테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일 년에 150~200건 정도가 발견되는 ‘종’ 박테리아가 아니라 일 년에 10개 내외로 발견되는 상위단계인 ‘속’ 박테리아다.

“쉽게 말해 ‘속’은 사람의 성에 해당하고 ‘종’은 이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중앙이아 코린시스를 예로 들면 중앙이아는 ‘속’에 해당하며 코린시스는 그보다 하위단계인 ‘종’에 해당합니다. 앞으로 중앙이아 계열의 박테리아가 발견되면 모두 앞에 ‘중앙이아’라는 명칭이 붙은 다음에 뒤에 새로운 ‘종’ 이름이 붙게 되는거죠,”

김 교수가 중앙이아 코린시스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초강력세균인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할 항균물질을 찾아내던 중 얻어낸 성과다. 항생제의 남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슈퍼박테리아는 2006년 한해 미국에서만 1만 9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켜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질병으로 꼽힌다. 지금까진 특별한 해결책이 없었지만 중앙이아 코린시스의 발견과 함께 슈퍼박테리아 퇴치의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슈퍼박테리아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분석과 독성 실험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슈퍼박테리아에 대항할 항균물질 개발의 초석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박테리아를 통해 슈퍼박테리아 치료제가 만들어진다면 중앙대의 이름도 전 세계에 더 많이 퍼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 교수의 이런 결과는 결코 하루아침에 얻어낸 성과는 아니다. 김 교수는 지금도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지 않고 논문작성 및 연구에 몰두하며, 일 년에 20편 이상의 SCI급 논문을 쓰는 과학자다. 교과부가 주관하는 21세기 글로벌 프론티어연구개발 사업을 비롯한 많은 국책 연구과제도 담당하고 있다.

“처음 미생물에 호기심을 갖게 된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을 죽이거나 살리는 미생물이 너무나 신기했고 재밌었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밤낮을 함께하는 연구실 식구들과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하고 논문으로 펴내 전 세계 학자들과 공유하는 즐거움은 대단합니다.”

연구자로서 김 교수의 발전이 새로운 박테리아의 발견과 논문이라고 한다면 교육자로서의 즐거움은 함께 연구하고 부대끼던 학생들이 훌륭한 학자로 성장했을 때다. 특히 5년 전 중앙대 이공계 외국인으로 처음 유학와서 김 교수가 박사학위를 준 레반판 박사는 이번 학기 모교인 베트남 하노이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어 김 교수에게 큰 기쁨을 줬다.

인터뷰 말미 김 교수는 우수한 이공계 인력이 약학전문대학원 등으로 유출되는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표했다. 인생의 목적이 경제적인 성공보다는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좀 더 무게를 실었으면 하는 게 김 교수의 바램이다.

“저는 아직도 실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연구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또한 제가 연구한 것들이 인류복지에 조금이라도 공헌할 수 있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이구요. 경제적인 즐거움만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도 학생들이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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