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탕탕탕 탕탕 탕, 10·26 패러다임
[시론]탕탕탕 탕탕 탕, 10·26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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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본지 논설위원·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다소 과장일 수 있지만 손에 쥐고 쏘는 권총 한 자루가 세계사를 바꾸기도 한다.

1914년 6월 28일 아침 11시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일요일이었다. 세르비아 청년 프린치프가 쏜 총탄에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쓰러졌다. 한 달 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선전포고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전쟁은 그 해 7월 28일부터 4년 4개월간 지속되었다. 이 전쟁에서 9백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세계열강의 지리적 경계도 손질되었다.

전쟁은 대서양 연안의 나라들을 중심으로 세계평화와 민주주의의 기치를 활발히 나부끼게 한 계기도 됐지만 한편으로 독일 나찌즘과 이태리 파시즘의 발호 그리고 일본 군국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시원이기도 했다. 권총이 불을 뿜었고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역사의 페이지가 달라졌다.

1909년 10월 26일 아침 9시 반 만주의 하얼빈 역. 탕 탕 탕. 총성이 울렸다. 조선 청년 안중근이 일본 제국주의자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다. 4년 전 특명전권대사로 조선에 부임해 을사조약을 억지로 체결하고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자였다.

초대 통감으로 임명돼 조선병탄의 음험한 계획을 수행하던 그는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려던 헤이그 특사 사건을 핑계로 고종 황제를 강제 퇴위시켰다. 일본 추밀원의 의장이 된 이토와 러시아 재무상 코코프체프의 회담이 열릴 참이었다. 그 해 안중근은 동지들과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기로 맹세하고 손가락을 잘라 동의단지회를 결성한 터였다. 블라디보스톡의 교포신문 ‘대동공보’의 신문기자로 애국심을 고취하는 기사를 쓰던 바로 그 손가락이었다.

권총이 불을 뿜었고 사람이 죽었다. 이토는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청년 안중근은 이듬해 3월 26일 여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그러나 그 해 8월 29일 조선은 끝내 일제에 병탄되고 일본 제국주의는 동양평화 파괴 행보를 밟아 나갔다.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서울 궁정동의 안전가옥. 술자리가 펼쳐졌다. 최고의 권력들이 나물을 안주삼아 박정희 양주로 알려진 시바스리걸을 마셨다. 도우미로 불려온 노래 잘하는 신인 여가수의 반주에 맞춰 젊은 여대생이 ‘사랑해’의 음을 맞추고 있었다. 그 때 총성이 울렸다. 탕 탕. 각하를 똑바로 모셔라, 라고 비서실장에게 입 총질을 한 중정부장이 총을 빼들어 경호실장을 쏘았다.

두 번째 총알은 대통령의 가슴을 꿰뚫었다. 고장난 총을 바꿔가지고 온 중정부장은 대통령의 뒷머리에 한 방을 더 쏘았다. 쏜 자와 맞은 자의 고향은 같았고 둘은 사관학교 동기생이기도 했다. 권총이 불을 뿜었고 사람이 죽었다.

대통령이 서거하고 대통령 보호책임을 맡았던 경호실장과 경호처장과 경호부처장과 경호관이 사살되었다. 대통령의 운전기사도 경비원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총을 쏜 중정부장과 의전과장과 경비과장과 경비원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현역 군인이던 그의 수행비서는 총살되었고 안전가옥의 운전기사도 사형되었다. 그리고 유신체제도 막을 내렸다.

2011년 10월 26일 밤 8시. 특별시의 시장과 보통시의 시장 그리고 경향 각지의 군수와 구청장 등을 뽑는 재보궐 선거의 개표가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서울시장선거는 ‘특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유력한 두 후보 중에서 누가 당선되든 기존과 다른 장면이 연출되는 측면이 있다. 남성이 전유해 온 특별광역시장의 면면이 무너지거나 정당이 독점해 온 선거문화의 축이 전복되는 양상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선거구에 거주하는 유권자로서 할 일이 있다. 조선 병탄의 원흉인 제국주의자 이토는 가슴과 배에 박힌 세 발의 총알에 목숨을 잃었고 유신체제의 거두는 가슴과 머리에 두 발의 총을 맞고 운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이번엔 탕. 투표장에 가서 단 한 발의 손 총을 쏘면 10․26 거사에 참여하게 된다.

1907년과 1979년의 10․26에 비해 2011년 10․26이 갖는 의미는 인터넷 시대에 더욱 각별하다. SNS를 이용해 불법 선거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유로 최근 법원은 시민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중앙선관위가 스마트폰 앱과 SNS를 이용한 선거행위의 기준을 제시했지만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SNS를 통한 불법선거 운동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앱과 SNS에 대한 심의체제를 구축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부디 유권자들이 쏜 한 방의 손 총알이 표현 공간의 자유를 옥죄는 낡은 선거문화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데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1년 10월 26일. 탕. 손 총이 불을 뿜었고 사람은 죽지 않았다. 그리고 문화가 바뀌었다, 라고 역사에 기록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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