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매일 42명이 자살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전 국민이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에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인터내셔날 헤럴드 트리뷴(IHT)은 강화도 해안 소초에 근무하는 해병대병사의 소총난사 사건, 해병대 원사 자살사례 등 일련의 사태를 열거하면서, “한국의 병영문화가 통제불능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어떤 정신과 의사는 “한국인이 국민 불안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본의 아니게 폭력적인 존재가 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느낌이다. 최근 주변 사람들을 보면 국민 불안시대, 국민 우울증시대, 나라 전체가 병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조사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20~30대 성인남녀 10명 중 4명 이상은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까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5월30일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2030세대 성인남녀 1837명에게 조사한 결과, 42.5%는 '스트레스로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답했다. 특히 22.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봤다"고 답해 스트레스가 심각함을 보여줬다. 스트레스 강도는 '심각한 수준'은 50.4%, ‘매우 극심한 수준’은 12.9%로, 조사 대상자 중 63.3%가 심각한 상태였다. 자살자 급증도 문제이지만, 여러 차례 실시한 자살충동 조사결과를 감안해 보았을 때 보다 우려되는 점은 경제적 사회적 상황의 악화로 인한 자살 예비군의 양산이다. 현재 자살률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자살이 해결책이 된다, 자기 판단에 따라 자살할 수 있다, 죽으면 고통도 끝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에 있다.

올해 봄 KAIST 대학생 네 명이 자살해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최근 5개월간 네 명이 생을 마감했다. 상담실 운영이 자살예방을 위해 대학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확산되어있는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상담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고통이나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자신만 죽어버리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다. 왜냐하면 자살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해결책이고, 자기 판단에 따라 자살할 수 있고, 자살하면 고통은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개입이나 사후관리같은 임시방편으로 자살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살하면 어떻게 되는지,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자살과 죽음을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하지 않을 경우, 자살하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기대심리를 어떻게 불식시킬 수 있겠는가. 자살예방법은 통과되었다고 해도, 대학과 사회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지 않고 있으므로, 자살예비군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림대 생사학 연구소는 1997년 죽음준비교육, 2005년 자살예방교육, 2011년 '생사학-자살예방' 협동전공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받은 대학생은 약1500여명으로, 자살예방 효과는 99% 이상이다. 한림대 학생들에게 주위에 자살충동, 자살시도, 혹은 우울증에 걸린 친구가 있거든 내 수업으로 보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주위에 자살이 세 번 일어났고 나도 자살시도를 세 번 했다. 자살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용기있는 행동으로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을 들은 이후 생각이 180도 변했다. 자살을 시도했을 당시, 자살하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살시도는 미수에 그쳤고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다는 사실에 다시 상처를 받았다. 자살예방교육을 수강하지 못했더라면, 조금이라도 힘든 일이 생길 경우, 다시 자살을 시도했으리라는 생각에 소름이 쫙 끼치기까지 한다.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즈음, 자살과 죽음에 대한 오해가 해소되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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