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소송 제기할 것” … 학생들 “빨리 떠나고 싶어”

 

▲  8일 방문한 전남 순천시 별량면 소재 명신대 캠퍼스는 황량하고 스산했다. 명신대 정문.

“넌 어느 학교로 가고 싶어? 나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면 좋겠는데…”

8일 전남 순천시 별량면 금치리 명신대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학이 폐쇄되면 어느 학교로 편입할지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교과부가 7일 대학 폐쇄 방침을 확정·발표한 뒤 학생들의 대화는 줄곧 ‘폐쇄 후 편입’을 주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교과부의 방침에 화가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희망을 버린 지 오래”라며 “폐쇄 발표 이후 직접 교과부에 전화를 걸어 편입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빨리 안정된 학교로 옮겨가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털어놨다.

명신대는 올해 4월 교과부 종합감사에서 △설립 인가 후 수익용기본재산 용도불명 사용 △수업일수 미달 학생 2만2794명 성적 인정 △교비 13억8000만원 사적 사용 등이 적발돼 두 차례 폐쇄 계고를 받았고, 결국 폐쇄가 확정됐다.

 

▲ 명신대 대학본관 화장실 곳곳에는 ‘사용금지’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학생들은 “대학의 무관심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 학생들 “무방비·무관심에 지쳤다” = 순천 시내에서 한참을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한 명신대엔 4개동의 건물이 있지만 행정부서를 제외한 강의실·도서실·동아리방 등은 모두 불이 꺼진 채로 텅 비어있었다.

건물 계단 곳곳엔 파리·잠자리·바퀴벌레 시체 등이 널려져 있었고, 화장실의 경우 ‘사용금지’ 문구가 붙은 칸이 상당수였다. ‘벌써 문을 닫은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만큼 고요하고 스산한 모습이었다.

캠퍼스 구석구석을 한 시간여 동안 헤맨 끝에 4명의 학생들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원래 캠퍼스에 학생들이 없는데 교과부 발표 때문인지 오늘은 유독 더 심해졌다”며 “학생들은 학교가 폐쇄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1학년이라는 이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온 뒤 대학·교수로부터 어떠한 관심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강모씨(20)는 “다른 대학은 학생들이 입학하면 각종 면담에 세심한 관리가 이어지는데 우리 학교는 알아서 다니라는 식”이라며 “학교 측의 무관심에 너무 지쳤다. 이젠 화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과 박모씨(20)도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도 셔틀버스는 1대가 하루에 3번 운행되는 게 다고 기숙사도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벌레 투성이”라며 “타 대학에 비해 학비가 저렴한 편이어서 명신대를 선택했는데 입학 후부터 계속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교과부의 학교 폐쇄 방침이 발표된 직후 학생들은 어느 학교로 편입이 가능한지부터 찾아봤다고 했다. 3학년 최모씨(25)는 “학생들 대다수가 ‘우리 학교를 살리자’거나 ‘우리 학교에 계속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어느 학교로 편입할까’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명신대에 대한 기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 학기 중이지만 명신대 강의실·동아리방 등은 모두 불이 꺼진 채 텅 비어있었다.

■ 대학 측 “교과부 상대 소송 제기할 것” = 교과부의 폐교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학생들과 달리 교수·직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발했다. 현재 명신대는 교과부의 폐쇄 방침에 맞서 행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명신대에 따르면 대학 측은 교과부가 시정을 요구한 교비 유용, 학생 부실관리 등 17건의 부정·비리 가운데 12건은 이행했고 5건은 행정 소송이 계류 중이다. 임기호 명신대 사무처장은 “교과부는 우리 대학이 시정 요구 사항 중 5건만을 이행했다며 폐쇄 방침을 내렸는데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12건은 분명히 시정했고 행정 소송이 계류 중인 사안도 패소하면 모두 이행할 것”이라며 “교과부가 대학의 노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폐쇄 결정을 내렸다. 폐쇄 처분을 강행한다면 효력정지 가처분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교과부 시정 요구 사안을 모두 이행했는데 폐쇄라니 말이 되느냐”며 “교과부가 ‘명신대 퇴출’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급박하게 폐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또 “사실 명신대 같은 대학들이 널렸는데 왜 우리만 문을 닫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교과부가 타 대학들의 잘못은 대충 눈감아주면서 왜 우리 대학에게만 이렇게 냉혹한지 모르겠다. 명신대를 얕보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 명신대 곳곳을 헤맸지만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의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어있는 명신대 강의실.

■지역 주민들 “그래도 대학 있어서 좋았는데…” = 명신대 주변은 모두 논밭으로 하숙집·식당 등이 없기 때문에 금치리 주민들은 대학 폐쇄 소식에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다만 조용한 시골 마을에 대학이 있다는 게 지역민들에겐 자부심으로 느껴졌던 만큼, 아쉬움을 토로하는 주민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한 50대 주민은 “동네 대학이 뭘 그렇게 대단하겠냐마는 그래도 젊은 학생들 학교 오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예뻤던 게 사실”이라며 “학교가 잘 되서 학생들이 계속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문을 닫게 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천시는 명신대 폐쇄로 인한 지역 경제 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명신대 학생들 대다수가 순천 시내 등에서 하숙하며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명신대 학생들이 타 대학으로 편입하면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명신대 폐쇄로 인한 파장을 줄이기 위해 대책을 궁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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