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배 본지 논설위원·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

스마트폰 가입자 2천만 명 시대가 열렸다. 전체 국민의 40%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말 아이폰 3GS가 처음 국내에 상륙한지 2년 만이니 정말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확장세를 보여준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스마트폰 기반으로 급속히 재편되는데 발맞춰 국내 대학들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마트 캠퍼스 사업이 그것이다.

캠퍼스 전역에서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와이파이 망을 구축하고, 대학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 주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 스마트 캠퍼스 사업의 골자이다. 일부 대학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일도 추가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학 교육 환경이 꽤나 스마트하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학생들이 캠퍼스 잔디밭에 둘러 앉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보도 사진은 이런 장밋빛 환상을 형상화시켜 준다.

하지만 인프라 조성에만 편중되어 있는 스마트 캠퍼스 사업의 청사진 곳곳을 막상 들여다보면 심각한 구멍이 여럿 발견된다. 먼저 스마트 캠퍼스 사업이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스마트 캠퍼스 사업은 특정 통신사와의 제휴 관계 속에서 진행된다. 즉 통신사는 스마트 캠퍼스 조성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대학에 제공하고, 대학은 제휴 관계를 맺은 통신사로 학생 고객 가입을 유도해 주는 구조이다.

그러다보니 대학 캠퍼스들을 자사의 망으로 독점하기 위한 통신사 간의 땅따먹기 경쟁 속에서 대학은 본의 아니게 특정 통신사의 대리점 역할을 떠맡게 되며, 학생들에게는 통신사 선택권의 제약이라는 불이익이 강요될 수밖에 없다.

대학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도 아쉬움이 많다. 현재 대학들이 어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학교 안내, 학사 정보, 도서관 정보, 구내 식당 정보 등 거의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인터넷 웹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던 정보들을 스마트폰으로 옮겨놓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거창하게 스마트 캠퍼스라 부르기엔 다소 민망한 감이 없지 않다.

한편 사이버 대학들의 어플리케이션은 정보 제공 기능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강의를 청취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 기능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PC로 보던 동영상 강의를 스마트폰 화면으로 대체하는데 그친다.

물론 책상 위에 놓인 무거운 PC를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정보를 찾고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스마트 캠퍼스가 안겨준 커다란 변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비춰본다면 단지 웹 정보를 어플리케이션 정보로 바꿔서 이동성을 보장해주는 것만으로는 지금까지의 스마트 캠퍼스 사업이 그리 스마트한 전략이라고 보기 힘들다.

스마트 캠퍼스의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PC로는 구현되지 못하는 스마트폰만의 고유한 특장점을 활용해야 한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이나 위치기반 서비스(LBS: Location Based Service)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또 스마트폰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그 다음으로는 이러한 기능들을 접목한 새로운 스마트 교육 모델의 개발이 요구된다. 이를테면 증강현실 기술과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현장 체험형 교육 모델,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소셜 학습 모델 등 스마트한 환경에 어울리는 보다 스마트한 교육 모델이 마련돼야 한다.

스마트 캠퍼스가 그저 와이파이 망으로 무선 인터넷에 마음껏 접속할 수 있고, 어플리케이션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받는데 머무른다면 스타벅스 커피숍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진정한 스마트 캠퍼스는 말 그대로 스마트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환경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한 인프라 뿐 아니라 스마트한 교육 모델이 함께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좋은 인프라가 저절로 좋은 교육을 만들어 주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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