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학술지 지원제도 개선 방안’ 발표

등재제도 폐지, 교수업적평가도 변화 불가피
학계 자율평가 따라 우수학술지 선정·지원

학술지 평가·지원제도가 확 바뀐다. 오는 2014년에는 학술지 등재제도가 완전히 폐지되고, 학계평가에 따른 우수학술지가 공개될 예정이다. 등재지 중심의 학술지 평가·지원제도가 학계 자율평가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는 셈이다.

■ 내년부터 신규 등재지 선정 중단=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술진흥정책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현행 학술지 등재제도를 학계 자율적 평가체제로 전환하는 ‘학술지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7일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현행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등재 제도는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4년 12월 완전 폐지된다. 내년부터는 연구재단의 등재(후보)지 신규 선정도 중단된다.

대신 교과부는 학계의 학문분야별 학술지 평가로 이를 대체한다. 교수·연구자를 대상으로 △논문을 싣고 싶은 학술지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학술지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현행 대학교수에 대한 업적평가에서도 변화가 따를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등재(후보)지 게재 논문 몇 건 이상’을 양적 평가하는 방식으로 교수업적평가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우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느냐가 중요한 평가요소로 부상할 수 있다.

이번 개선안도 국내 학술지의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것이다. 교과부는 “1998년에 시작된 학술지 등재제도는 그간 학술지의 양적성장에는 크게 기여했으나 국내 학문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행 학술지 평가제도는 일정기준만 충족되면 어렵지 않게 등재될 수 있다. 1998년 56종에 불과하던 등재지가 2011년 현재 2060종에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3년간(2008년~2010년) 신청건수 대비 평균 등재후보지 선정률은 68.4%였다.

■ 등재지 2000종 넘어 ‘질적 성장’ 고려= 이처럼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등재(후보)지의 과다한 양산을 초래했고, 평가 후 사후관리가 부실한 문제점도 낳았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한 등재 학술지의 부실한 논문심사 과정 등이 이에 대한 실례가 될 수 있다. 소수 연구자들이 학술지를 만들어 연구 성과를 조작하거나 대학원생의 습작 논문을 제출·탈락시킴으로써 논문심사과정이 충실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특히 학술지의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등재(후보)지가 교수업적평가에서 동일하게 평가받는 양적 평가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교과부는 “현행 양적 평가방식으로 인해 굳이 우수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학술지 질의 하향평준화가 초래되고, 학계의 자율적 평가역량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행 학술지 등재제도는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14년 12월 폐지되며, 내년부터는 등재(후보)지 신규 선정도 중단된다. 등재제도를 대신할 평가 틀은 학계 자율평가다. 교과부는 교수·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결과는 대학들이 교수업적평가를 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교과부 학술인문과 황지혜 사무관은 “연구자·교수를 대상으로 학문분야별 학술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통계자료처럼 제공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학술지가 어디인지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학술지 지원도 ‘선택과 집중’= 현행 양적인 학술지 지원방식도 몇몇 우수 학술지에 집중된다. 현재 교과부는 1000여종의 등재 학술지에 대해 매년 발행경비 지원을 명목으로 300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우수 학술지 지원사업으로 전환한다. 학문분야별로 우수 학술지를 추천받아 이를 근거로 지원금을 나눠주겠다는 얘기다. 우수 학술지에는 연간 1억5000만 원 정도가 5년간 지원될 계획이다.

향후 예산확보에 따라 변화는 있겠지만 현재 교과부가 구상하는 지원 학술지 수는 △2012년 10개 △2013년 15개 △2014년 20개다. 황 사무관은 “현재 예산상의 문제 때문에 최소한으로 지원 학술지 숫자를 잡고 있는데 향후 예산 확충에 따라 2014년 30~40개에 대한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학문 다양성을 위해 소외·신생 학문에 대한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학술지 지원까지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학문 발전을 위한 배려도 감안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학술지 지원대상이나 규모·절차·방법 등은 향후 학계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화할 계획이다.

학계 자율평가체제를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논문 투고·심사시스템’도 보급된다. 학술 종합정보 DB를 구축하고, 논문의 전문을 공개하는 형태로 학술지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논문 투고·심사시스템은 학술 논문의 투고·심사·DB구축·검색과정을 모두 온라인상에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학술지에 대한 학계 자율평가가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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