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 영어 슬로건 반응 ‘시큰둥’

숭실대 ‘숭실다움’, 숙명여대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 호응

‘PROACTIVE KU’, ‘My Pride dongguk!’, Bright Sungshin!’…

최근 대학마다 선보이는 영어 슬로건이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학들이 ‘세계화’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앞다퉈 영어 슬로건을 채택하고 있지만 정작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지난 9월, 김병철 총장이 출마하면서 내세운 ‘PROACTIVE KU’를 공식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PROACTIVE KU’는 ‘PRO’fessional(전문성), ‘A’dministration(혁신행정), ‘C’onsistent Finance(재정안정), ‘T’eaching(열린교육), ‘I’nitiative(선도연구), ‘V’aluable(사회봉사), ‘E’nvironment(복지환경)의 앞글자만 딴 단어로 안암과 세종 양 캠퍼스를 비롯해 의료원까지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이다.

하지만 새로운 영어 슬로건에 대해 재학생들은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우리말 대신 굳이 영어로 된 슬로건을 써야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고려대 학생커뮤니티 고파스를 살펴보면 “우리말 문구는 어디가고 꼭 영어로 해야 하냐”, “영어를 쓰면 다 글로벌인줄 안다”, “영어라면 무조건 끼워맞추는데 급급하다”는 비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국대도 지난 2월 김희옥 총장이 취임하면서 ‘My Pride dongguk!’을 새로운 슬로건으로 선정, ‘제2건학 운동’을 뒷받침했다. 동국대는 이 슬로건이 동국인의 자랑과 긍지, 무한한 열정을 표출하는 에너지라고 설명하면서 슬로건에 맞춰 교가와 응원가까지 새로 녹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같은 새로운 영어 슬로건에 대해 동국대 한 재학생은 “왜 굳이 슬로건까지 영어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학교 고유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한글 슬로건을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 성균관대는 홈페이지에서 따로 슬로건 소개를 마련해 ‘Unique Origin, Unique Future’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연세대는 ‘Yonsei,  where we make history’, 성신여대는 ‘Bright Sungshin’ 등 주요대학들은 영어 슬로건을 고집하는 걸 알 수 있다.

반면 숭실대의 ‘숭실다움’, 숙명여대의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 한국외대의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 홍익대의 ‘산업과 예술의 만남’, 서강대의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중앙대의 ‘한국의 중앙에서 세계의 중앙으로’ 라는 우리말 슬로건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끼워 맞추기식의 영어 슬로건 보다 우리말이 대학 정체성과 특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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