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관 인제대 통일학연구소 소장·통일학부 교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로 후계자 김정은이 곧바로 북한의 영도자가 됐다. 이제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유했던 최고지도자의 직함들을 승계해나가는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최고사령관, 정부기관인 국방위원장, 조선로동당의 총비서 및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 그것이다.
 
과거 김정일이 3년상을 보내고 권력 이양절차를 진행한 것에 비해 김정은의 이양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김정일은 20년간 후계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김정은이 길어야 3년이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당대표자회 이후 공식적으로 김정일의 현지지도와 참관을 수행했지만 김정일 후계자 시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리고 김일성이 사망한 94년 당시 김정일은 후계자이면서도 최고사령관(91년)과 구헌법 하의 국방위원장(93년) 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당총비서 등의 승계가 시급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직 영도자에 걸 맞는 직책을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3년상이란 시간적 여유를 두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김정은은 향후 신속하게 권력 이양과정을 거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정은의 통치를 뒷받침 할 배후인물들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주목을 받는 인물은 고모부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영호다.

이 외에도 고모 김경희의 행보에 특별한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2008년 8월 김정일의 건강 이상 이후 후계자 결정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고, 2009년 상반기에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이다. 그리고 2010년 9월에는 김정은과 함께 갑작스레 ‘대장칭호’를 수여받았고,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위원에 오르게 된다.(장성택은 후보위원)

그리고 얼마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지막 현지지도(12월 15일자 보도)가 된 광복지구상업중심(구 광복백화점) 현지지도 당시 에스컬레이터 이동 장면 사진에서 김정일 바로 세 계단 뒤에서 김경희가 김정은 보다 두 계단 앞서 혼자 서있던 광경은 김경희 위상을 한 눈에 보여준다.

오는 29일 12일간의 애도기간이 종료되면, 북한은 체제정비와 아울러 대외관계의 정상화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현안은 진행 중에 있던 북미대화이다. 과거 94년 6월 전쟁위기까지 몰고 갔던 핵문제가 7월 김일성주석 사망 직후 3개월 만인 10월 21일 제네바에서 핵합의가 이루어진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핵문제 역시 속도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북한과 미국 모두의 이해와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체제안정이 최우선인 북한은 외부의 위기요인을 감소시켜나가야 한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 역시 곧 시작되는 대통령선거 분위기에 주도권을 가져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위기 시 중국 영향권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북정책이다. 대단히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그리고 원인 제공자라 할 수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로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인 ‘천안함’ ‘연평도’ 에 대한 사과요구의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북한이 가장 힘든 시기에 적극적인 정책을 전개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나갈 수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숙고해 볼 시점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